문경의 장인들/이것 저것

소생 할 소(蘇)

맛깔 2012. 3. 21. 06:40

 

섬돌위의 고무신 한 쌍

생명 탄생의 알림이다.                                           

 

봄이 온다 바람을 타고

뱀, 개구리 봄을 맞으러

잠에서 벌떡

 

봄이 온다 향기를 타고

나비, 벌 꽃을 찾으러

하늘을 뱅뱅

 

랄라라

즐겁게

봄과 친구되어 논다 (상산초등학교 4년 하유진)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봄이면 삼라만상이 생명의 기지개를 편다. 뱀과 개구리가 봄이면 겨울잠에서 어나니 어린 시인도 봄을 생명이라고 노래했다.

“만물이 蘇生(소생)하는 春陽之節(춘양지절)에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건강하신지요?”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식으로 편지를 적었다. 첫 구절에는 계절을 언급하고 다음에는 받는 이의 안부를 물었다. 사람들은 계절이 인간들에게 미치는 커다란 영향을 은연중에 알고 있어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24 절기 중에 봄과 관련되는 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 등으로 봄기운이 싹 트고 초목에 생기가 돋우며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기러기도 살 곳을 찾아 다시 떠나고 대동강 물도 풀리니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남을 의미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말한다. 소생의 ‘蘇’를 잘 살펴보면 그 의미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蘇는 풀 초(草), 물고기 어(魚), 벼 화(禾)로 구성되어 있다. 농가월령가에 따르면 벼농사를 지을 때 음력 3월 경 에 볍씨를 파종하고 음력 5월 말경에 모내기를 하게 된다.  

개구리는 경칩이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음력 3월경에 산란한다.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강과 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음력 5월이면 탈바꿈을 한다. 이것을 변태라고 부르는데 그냥 외양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단한 변화를 겪게 된다. 즉 올챙이가 벼(禾)가 자라는 논에서 물고기처럼(魚) 아가미 호흡을 하며 자라다가 부평초(艸)가 필 무렵 허파호흡을 하는 양서류인 개구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다시 태어나는 것, 이것이 소(蘇)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쁜 짓을 하다 감옥에 가게 된 사람이 종교를 받아들이면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마음가짐만 다잡아도 새로 태어난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인생은 숨 한번에 달려 있다.”고 하셨는데 호흡방법과 외관상의 변화가 뒤따르는 개구리는 진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동물의 체계적인 분류는 스웨덴인 린네가 1758년 발간한 Systema Naturae를 효시로  쳬계적인 분류의 역사가 불과 25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대단하게 받아들여 배우고 있다. 그런데 이미 몇 천 년 전의 성현께서는 미물인 개구리를 보고서도 동물의 분류와 우주변화의 진리를 알아 차렸다. 이 얼마나 대단한 관찰력이고 지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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