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청국장과 딸 바보

맛깔 2013. 4. 22. 08:30

나는 호기심 천국.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오디오, 전자제품, 컴퓨터, 사진, 차(마시는 차),

도자기, 요리 등이 나의 관심사다. 뿐만 아니다. 더 말 할 수 없는 품목도 많지만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이만 뚝.

이 얘기를 하니 남들이 웃었지만 그릇에 쏠리는 호기심도 억제할 수 없다. 예쁜 그릇이 아니고 튼튼한 그릇이 좋다.

항상 등산을 마음에 두어서 그렇다. 예쁘면 금상첨화지만.



작년 생일 선물로 스텐 압력솥과 냄비를 사달라고 해 가족들이 어이없어 했다. 없으면 몰라도 있는데 왜? 삼중 바닥과

오중 바닥의 차이점이 궁금해서. 젊었을 때 등산 다니면서 음식을 한 경험과 요리를 좋아하는 취미가 합쳐진 때문이리라.

미식가였던 선친의 영향으로 70년대부터 음식점을 기웃거렸던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마트에 가면 구박 덩어리다. 마음에 드는 그릇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다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장바구니에 슬쩍 넣다가 핀잔듣기 일쑤다. 집에 압력솥이 너 댓개 있으려나? 목수는 연장을 나무라지 않는다지만

요리는 아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의 신선도와 그릇과 불이다. 이 세 개 중 하나라도 성에 안차면

제대로 된 요리를 맛볼 수 없다. 



완벽한 음식이란 없다. 맛이란 기억과 경험에 현재의 상황이 더해진 것이어서 항상 완벽한 맛을 지닐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밥 먹어도 맛이 없고 미워하는 사람과는 더더구나 맛이 없다. 쳐다만 봐도 배부른데 더 먹으면

배 터지지. 미운 놈과 밥 먹으면 체한다. 연인에게 물어보고 배부르지 않았다면 절교 선언 하세요.


초등학교 때 환상적이었던 짜장면은 더 이상 그 날의 맛을 느낄 수 없고 어제 저녁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던 아귀찜은

배부른 지금 어제 저녁의 맛이 아니다. 피난가던 왕이 맛있게 먹었던 도루묵도 그런 처지다.

배고픈 시절의 한 끼 식사 대접이 왕후장상이 된 다음의 억만금보다 낫다는 말이겠지.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청국장을 아주 좋아한다. 원래 좋아했는데 큰 딸이 청국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맛있어졌다.

어쩌다 청국장을 끓여 놓으면 딸애가 소리친다. “아 구수한 청국장 냄새” 딸애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 한다. 


딸애가 취업하러 집으로 돌아왔다. 철이 든 모양이다. 직장에서 인사성 밝은 후배로 알려져 귀여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 딸이 요즘 들어 아빠를 부쩍 챙겨 기분이 좋다. 딸 바보가 되려나 보다. 딸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준비한다.

청국장 하나 끓이려고 서론이 길어졌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미안. 



청국장은 냄새 덜 나고 바실리우스 균이 풍부한 두레원 청국장. 여기에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야 야채국물이

우러나 맛있다. 또 아주 중요한 그릇. 식으면 맛이 없으니 두꺼운 5중 냄비 하나. 아내 몰래 사 감춰 두고 사용하느라

머리에 서리가 내릴 지경이다.


재료 : 청국장, 양퍄, 파, 청양고추, 김치, 느타리버섯 (버섯이 많을수록 맛있다.)


요리 방법 : 


1. 물을 팔팔 끓인다.

2. 뜨거운 물을 약간 덜어내 청국장을 갠다.

3. 끓는 물에 각종 야채와 청국장을 넣는다.

4. 다진 마늘을 넣고 파를 얹진다.


구수한 냄새에 밥을 쓱쓱 비벼 먹었지만 딸애가 뭐라고 할지? 딸 바보의 안타까움.


두레원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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