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59

차요테 나물

차요테 나물(1) 할머니는 기골이 장대한 분이셨다. 또래 할머니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할머니 동생이었던 할아버지도 통뼈일 정도로 뼈가 굵었다. 어려서 통뼈인지 몰랐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할머니 뼈가 통뼈 같이 보였다. 할머니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여자 장사로 왕비 호위 무사가 돼 역적으로부터 왕비를 구해 우리는 공신 집안의 뼈대 있는 자손이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려는 분들을 위해서 한 마디.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 뼈대 있는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은 비빔밥이었다. 큰 양푼에 무채, 시금치, 콩나물 등 여러 가지 야채와 집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어린 나이에도 침이 삼켜졌다. 야채와 나물은 상주 갱시기처럼 부엌에 남아 있는 것들을 넣었다. 아마 된장국도 넣지 않았을까? 비빔 재료에는 내용..

혜원식당(2)

'아직은 홍두깨로 면을 미는 시의전서 혜원식당(2)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계량화가 아니면 음식을 할 수 없습니다.” 혜원식당 김준혁 사장의 겸손일까? 그래도 혜원식당 손님들은 식당의 낭화(장국수) 한 상과 깻국국수 맛을 칭찬한다. 군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식당을 하는 어머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하고 식당일을 도우게 된 김 사장은 당초 식당 서빙을 맡았다. 이 전에 식당 경영을 배우려고 외국 계 레스토랑 체인점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타고난 성실성과 친절에 눈썰미가 어우러져 매니저 직급까지 승진했다. 몇 년 전까지 서빙을 하다 음식을 본격적으로 배울 겸 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원래 음식을 하지 않아서 음식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천재를 제외하고는 성실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대신 ..

혜원식당(1)

시의전서 음식점 중 국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혜원식당(1) 맛집에는 내력이 있다. 노포 맛집에는 비법의 손맛이 전해 내려왔겠고 연륜이 짧은 식당에서는 남 다른 노력으로 그 맛을 냈을 것이다. 시의전서 식당 7곳 중 유일하게 낭화(장국수)한 상과 깻국국수를 내는 헤원식당은 상주에서 오랫동안 콩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낭화(장국수)는 멸치육수에, 깻국국수는 멸치육수와 양지육수에 들깨가루를 넣었다. 낭화는 한자어로 요즘 사람들 귀에 낯설다. 서울·경기도 지역에서는 ‘팥 칼국수를 면발 모양이 물결치듯 하고 부드러우며 꽃이 핀 듯 하다.’고 물결 낭浪에 꽃 화花자를 써서 ‘낭화’라고 하기도 한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혜원식당의 젊은 김준혁 사장이 주방에서 홍두깨로 밀어 만든 낭화(장국수)의 모양이 물결치는 꽃 바..

주왕산삼계탕(1)

아내 생일과 주왕산 삼계탕의 시의전서 닭구이 정식(1) 아내가 생일을 맞았다. 아내와 수 십 수 백 년을 살았지만 아내 생일을 단 한 번 잊을 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기억해 위기를 모면한 적 외는 아내 생일을 모두 기억했다. “어떻게 수 십 수 백 년을 살았냐?”고 의아해 하는 궁금이들에게. 끊임없는 아내와의 마찰로 위기를 맞을 때 마다 십 년 감수했고 백 년 해로에 지장을 모면하였으니 이를 모두 합하면 수 십 수 백 년이다. 무심했던 아내에게 이번에는 반드시 거창한 생일 선물을 마련해 칭찬받으리라는 각오로 한 달 전부터 폰에 날짜를 저장하고 며칠 전부터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였다. 며칠 전 아내 생일 저녁, 딸이 케이크 상자를 풀면서 말한다. “아빠 오늘 엄마 생신이야.” 아이구야. 마른하늘에 웬 천둥..

심환진 상주군수와 시의전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과학적 마인드를 지닌 재벌회장이 김치를 몸소 담그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가족들에게 그대로 따라하게 했다는 얘기를 선친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재벌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단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던 가부장만 보던 가족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아마 제가 그랬지 싶다. “와 나이 든 아저씨도 직접 김장을 하다니 대단합니다.” “가족들이 얼마나 피곤하겠나? 음식마저 간섭한다면 자유가 있겠나?” 아마 나는 선친 몰래 입을 삐죽거렸을 성 싶다. ‘다른 집 아저씨는 집안일을 잘도 하는데...“ 축첩이 용인되던 조선시대에도 나름대로 가정 질서가 지켜지던 이유는 곳간 일은 부녀자 몫으로 바깥양반이 안 살림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사람 심환진이 문경군수, 성주군수를 거쳐..

안압정(1)

안압정과 시의전서(1) 경주 안압지는 기러기와 오리가 모이는 못이라는 한자어다. 신라시대에는 달이 가득한 못이라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 월지라고 불렸다. 흥하던 신라 왕조가 기울고 고려가 들어선 뒤 조선시대로 넘어가면서 옛 왕조의 영화는 한 줌 흙이 됐다. 쇠망한 월지에는 기러기와 오리가 모여 들어 월지는 안압지로 그 이름을 넘겨주었다. 흥하고 망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생주이멸 또한 자연의 법칙이니 안압지로 변했음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신라 월지에는 달을 뜨러 온 사람들이 가득하였다면 조선 안압지에는 날아 든 기러기와 오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니 흥망에 너무 매이지 말자.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라는 압구정 동네가 현재 압구정동이다. 안압정이라면 기러기와 오리가 모여드는 정자라고 하겠..

안압정(2)

낭만적인 이름의 시의전서 식당, 안압정 (2) - 시의전서에는 밥을 나물과 비벼 상에 올려 - 안압정의 비빔밥 나물은 고향 산천 산물 우리 조상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떻게 생야채나 나물을 먹을 생각을 했을까? 다른 민족들은 야채나 나물을 날것으로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해 볶거나 삶아 먹었는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만이 상추, 배추, 송이, 쑥갓, 미역 등의 야채나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었다. 의학적인 영양가는 모르겠는데 이런 것들을 먹으면 우선 다음 날 아침 변이 잘 나온다. 변비에는 즉효이니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야채를 듬뿍 드시도록. 참기름이나 들기름 한 두 방울을 떨어뜨려 겉절이를 무치면 맛이 기가 막히다. 이런 야채를 많이 드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장에 탈이 적었다. 우리나..

시의전서 사람들(1)

1. 시의전서 작자 : 미상 2. 심환진 상주군수 : 시의전서 필사본 제작자(?) 3. 홍정 여사 : 심환진 군수 며느리로 시의전서 필사본 원본 보유 4. 노명희 : 시의전서 보급을 위해 시의전서연구회를 조직하여 시의전서 음식을 개발하고 대학원에서 시의전서로 석사 학위를 받음. 시의전서 음식점 백강정 운영 5. 손상돈(상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 시의전서 대중화를 위해 상주 시의전서 음식점을 지정하고 음식점에 유기 그릇과 조리법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함 6. 이영숙(상주시농업기술센터 팀장) : 시의전서 보급화를 책임지고 있는 담당 팀장으로서 시의전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심취해 있음. 7. 시의전서 서포터즈 : 시의전서 홍보를 위해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공모한 7인의 블로그 운영자로 SNS 최고..

수라간(1)

기와의 처마선이 살아있는 수라간(1) 기와집에서 먹는 시의전서 음식이 맛을 더해 시의전서는 궁중음식과 양반가의 음식 400여 가지를 모아 놓은 요리서이다. 근사하지 아니한가? 궁중음식과 양반가의 음식이라? 이런 음식을 노천이나 개울가 또는 산에서 먹는다면 갓 쓰고 베잠방이 입는 꼴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음식은 나름대로 격식을 차려 먹어야 되는 것이니 상주 수라간에서 시의전서 음식을 먹으면 음식과 장소가 격이 맞는다. 임금 진지를 짓던 주방, 곧 어주를 수라간이라 하니 상주 수라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의전서 음식을 예비하는 가 보다. 수라간 입구에 조그만 화단이 있는데 꽃 보고 나무 보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그 더욱 반가운 일이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꽃나무를 본다면 어느 새 마음 한 자락에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