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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친구

맛깔 2011. 7. 14. 09:39

-글 쓴, 아내 친구 소개-

 

필자 강00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미모의 불여우(佛女友)로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전직하다. 지금은 초등학교 3년 짜리 큰 애의 공부를 가르치느라 심신이 약해 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함. ‘하고 야유하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필자의 하루를 정리함.

 

아침 7시 벌떡 일어났지만 남편은 벌써 출근하였음. 전날 저녁에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였지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정말 미안함. 이후 아침 830분까지 큰 애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함. 아침 준비, 머리 빗겨 주기, 그리고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한 바탕 전쟁을 치름.

 

아침 930분 설거지를 하고는  어제 저녁 큰 애가 공부한 참고서와 학습지의 점수를 채점함.(영어, 수학, 한문, 국어 기타 등등) 그리고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인도어 골프장에서 골프 연습. 빨리 필드에 나가야 폼이 날 텐데. 골프장에 나오는 팔자 좋은  아줌마들의 my car, 핸드폰, 세련된 골프의상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 No 핸드폰, 청바지에 싸구려 티 패션인 필자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비싼 레슨비가 너무너무 아까워 온몸의 근육이 결리도록 열심히 친다. 엇싸.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지라 별 진도는 없지만. 그래도 어때 남편의 해외 근무 때면 폼이 나겠지. 앗싸. 프랑스에서 근무하면 얼매나 좋겠나.  

 

오후 230분에 점심을 간단히 때움. 이후 피아노 학원이나 바이올린 레슨에 간 큰 애가 올 때까지 컴퓨터로 가계부 정리, 간단한 습작이나 메일 확인을 함. 그리고 나이에 비해 유난히 말이 늦은 둘째를 데리고 시중에 범람하는 EQ, IQ에 좋다는 교재를 좀 해보려 하지만 워낙에 고집이 세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함. 대기만성이지 뭐. 친구 혜영이가 그러는데 두 대(頭大)하면 많이 넣을 수 있대. 대입(大入)OK지 뭐.

 

그러다 큰 애가 오면 독수리가 병아리 낚아채듯 옆에 끼고 앉아 악기 연습부터 먼저 시킴. 공부만 잘하는 무미건조한 사람보다는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문화시민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으로... 맞아 외국에서는 적어도 1개국 이상의 외국어를 유창히 하고 악기 하나 이상을 잘 다루는 사람을 교양인이라고 한다지. 참고로 큰아이는 바이올린을 배운지 6개 월 만에 남들은 3년이 넘어야 연주 할 수 있는 곡을 연습하고 콩쿨에 나가 당당히 저학년 1등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함. 이때 필자는 자기의 아이가 제2의 장영주가 아닌가라는 착각을 잠시 하였다고 함. 뭐 어때 이런 착각도 없으면 사람들이 무슨 낙으로 사니.

 

2 시간 가량의 악기 연습 후 저녁 준비. 이때부터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함. 좋은 대학 안 나오면 모든 게 땡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아는지라 공부와 악기 연습을 다소 지겨워하는 애를 닦달하여 시켜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저녁식사 후 학습지의 예복습 시작. 학습지 선생님께서 오시는 날에는 준비한 간식을 챙겨 드리고 밖에서 기다림. , 야단치는 소리라도 들리는 날이면 가슴이 철렁 할 걸. 그런데 잘해서 그런지 한 번도 어두운 얼굴을 보지 못했음 내 딸 만세 만만세.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 복습시키고 같이 공부. 초등학교 3년 짜리 현진이가 중학생 2학년 수준의 영어와 한자를 공부함. 콩 키운데 콩나지. 밭이 좋은 겨.

 

이리하여 씨 뿌린 농부가 또 다른 기업을 경영하매 농사를 돌보지 아니 하였느니라. 그리해도 기름진 옥답에서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 수확 철이 다가 왔음이라농부와 그의 친척들이 모여서는 그 곡식의 우량함에 감탄하더라. 농부가 콩 심은데 콩 나지하니 입바른 사촌이 좋은 콩도 바우에 심거면 택도 아이다하더라.” 어쭈 어디서 들은 것 같은 구절이네.

 

큰 아이 공부와 기타 준비를 모두 마치면 어느 새 밤 11. 그렇다고 잘 수 있나. 대기업 간부로 잘 나가는 신랑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하다 보면 벽시계가 땡땡 두 번을 치네. 나는 피곤한 것을 참지만 신랑은 지금 와도 아침 7시 전에 출근해야 하니 수면시간이 5시간도 채 안 되는구나. 얼마나 힘들까. 들어오면 잘해 드려야지... 아차 실수하면 벨소리가 띵똥 할 때 눈이 벌겋지. 참자 참자 조금만 참아야지. 남편은 오늘도 몇 천 명 직원의 인사고과와 노조원과의 대화로 조금 더 늦는구나. 내일 아침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신랑의 건강을 위해 꼭 아침밥을 챙겨줘야 할 텐데.

 

- 계모임에서 필자의 한탄을 들은 친구 혜0과 그이의 신랑 하춘도가 재구성 한 것임.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