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진저라떼와 생강

맛깔 2017. 9. 13. 02:52
음식에 이야기가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토란찜에는 토란대, 토란, 조개, 들깨가 들어갔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지나가다 토란대가 보이면 ‘연세가 드셔서 그러시나? 요즘은 토란찜을 왜 안해 주시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어머니 토란찜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 웃으시면서 “토란찜이 먹고 싶구나.”며 토란찜을 가득 해 주셨다. 몇 년 전이다. 말씀드리면 열 일 제치고 해주시겠지만 연세 많으신 어머니에게 부탁하기가 힘들다. 토란을 손질하는 농부를 보고 일부러 묻는다. “거 토란이죠? 우리 어머니가 토란찜을 잘 해주셨는데.”하면 빙긋 웃음을 주신다.

누구에게나 이런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닭찜을 보면 떠오르는 누나, 아버지는 육회비빔밥을 좋아하셨지, 시집간 딸은 김치찜만 주면 밥을 두 그릇,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나물비빔밥, 떡집 진열대의 약밥만 보면 떠오르는 조카, 미국으로 이민 간 초등학교 동창 녀석이 게걸스럽게 먹던 홍어회, 첫사랑 그녀 입가를 미소짓게 하던 만두 (아내가 보지 않기를)

돌고 돈 페친 댓글에 진저라떼가 맛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호기심 천국이 여기 있지. 페친 신의터농원의 김갑남 사장이 개발한 ‘생강으로 차마시생’으로 만든다. 인터넷으로 공모한 이름이라고 한다. 상주 시골에서 이런 방법을 쓰다니 대단한 발상이다. 시골에서만 있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거라니 귀촌 15년차라고 한다.


1년 전에 친구가 준 ‘생강으로 차마시생’의 모태인 ‘요리생강’의 사용처가 궁금했었는데 잘 됐다. 사용방법을 모르면서 어영부영 하다가 30미리 정도밖에 안 남았다. 김갑남 사장에게 조리법을 달라고 하였더니 ‘우유 7, 요리생강 1’의 비율이라고 답을 보내왔다. 간단하네. 맛은 괜찮은데 내 입맛에는 조금 싱거운 느낌이다. 약하게 탔나? 절대 미각에게 물어봐야 된다.



마시면서 신의터농원 블로그를 검색하니 진저라떼에 얽힌 스토리가 있었다. 몸이 차가워 잘 체하고 한 여름에도 손발이 얼음처럼 차가웠던 김 사장이 생강을 꾸준히 먹었더니 건강이 좋아지고 기미도 없어졌다고. 김 사장은 생강 효능을 체험하고 일반 사람이 복용하기 쉽도록 생강 가공을 몇 년 동안 연구하다 요리생강을 개발하고 지난 해 가공 공장까지 세웠다고.


부근에 사는 친한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에 농원을 방문하였더니 늦은 저녁까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조곤조곤하게 말하지만 열정이 있었다. 녹즙기로 생강즙을 추출한 이야기, 매년 신의터농원에서 개최하는 소비자의 날 행사에 참가하는 고객의 평균 거래 기간은 10여년. 고객의 사는 곳은 제주도, 강원도, 목포, 인천, 광주, 대구 등이고. 15년 전 유기농산물을 팔려고 발품 팔던 때를 얘기하는데 들을수록 흥미진진하고 심장이 뛴다. 내 심장을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이게 하는 사람은 열정가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 신의터 농원 김갑남 대표의 유기농 인생을 독자에게 알려줘야겠다.

진저라떼를 마시면서 건강을 회복한 김 사장의 생강을 이야기 해 줘야지. 이야기가 있는 음료가 삶에 재미를 더하겠지.



신의터농원
김갑남 054-533-9292, 010-8859-7290
www.느린세상.com
www.sinf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