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천년의 대장경 축제가 열리는 합천 해인사 (1)

맛깔 2011. 10. 5. 05:43

 

 

가련할 손 중생이다. 부처님은 미욱한 중생을 위해 본받기로 세 가지를 남겨 놓으셨으니 불, 법, 승이다. 불보는 부처님 보배라 함이니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사와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를 불보사찰이라 하고 법이란 부처님의 말씀이며 승은 아시다시피 스님이다. 삼보에 귀의하옵고 할 때의 삼보란 불법승을 말한다. 해인사는 법보사찰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대장경이 있는 까닭이다.

 

 

이름에는 짓는 사람의 소망이나 특징이 담겨 있을 터. 해인사에는 해인이 있다. 해인은 화엄경의 해인삼매를 말하기도 하고 바다의 도장을 일컫기도 한다. 해인은 고요한 바다에 삼라만상이 비치는 모습이다. 도를 통하면 이런 상태가 된다고 해 해인삼매에 든다고 한다. 또 해인은 바다 밑 용왕의 도장으로 요술램프다. 이 도장으로 찍으면 원하는 것이 다 나온다고 믿었다. 설화에 따르면 해인사는 해인 도장으로 지었다고 하여 해인사라 한다.(조용헌) 불자들의 간절한 원력에 의해 세워진 절이라는 뜻일 것이다. 종교는 간절함이 있어야 된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水려한 합천’이라 한다. 물이 아름답다는 말일 테지. 가야산 신선이 되었다는 고운 최치원 선생은 합천에서 공부했다. 구름은 물방울이 모인 것인데 외로운 구름 최치원 선생은 물맑은 합천과 기가 찬 인연을 이뤘다. 좋은 터라야 바람을 모우고 물을 얻는다는 풍수가들의 말이 맞을 법 하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 있어 유명한 절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거란의 침입을 불력으로 막으려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설마? 부처님도 인과응보의 법을 따르셔서 석가족의 몰락을 막지 않으셨는데. 대장경을 만듦은 국력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지 싶다.

 

 

올해는 초조대장경을 만든 지 천년, 현존 대장경판 조조 760여년이 되는 해로 겸사하여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가 대장경 조조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본 장경을 공개한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대장경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진리 외에 영원한 것이 없는데 영원히 보존하려는 노력이 가당키나 한가? 아마 부처님 말씀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생의 정성을 나타내는 것이 타당한 말일 것이다.

 

 

음식점의 핵심은 음식에 있고 병원의 본질은 치료에 있다. 그러하듯 해인사의 본질은 대장경과 모셔둔 장경판전에 있다. 팔 만자 넘는 경전을 거의 같은 필치로 쓰고 새긴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천 년 세월 동안 잘 보관한 것도 엄청난 일이다.

 

 

대장경 글씨를 쓰는 사람이 이천 여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 사람들을 한 글자체로 쓰도록 교육 시키는 일은 만리장성을 쌓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만리장성이야 석공과 돌 나르는 사람들이 제각기 맡은 일만 하면 되지만 글씨를 씀은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같은 규격으로 돌을 깨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뭐라고 한들 현대인의 사고로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저 종교심이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목판 준비와 글씨 쓰고 서각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은 여러 곳에 잘 나와 있어 문외한이 얘기하면 오히려 신심만 해칠 수 있다. 중생의 무지를 이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