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합천 홍류동의 소리길을 걸어 볼까 (3)

맛깔 2011. 10. 9. 08:40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고 이름을 이름이라 하면 이름이 아니다.’ (도덕경) 라고 하지만 인간은 이름으로 사물을 규정한다. 그래서 성명학이 나왔고 운명론을 따질 것이다.

 

 

'합천은 협천(俠川)으로 적고 합천으로 읽는다. 산으로 둘러 쌓인 좁은 계곡이 많아 좁은 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 (조선태종 13년) 세월 지나 초계와 삼가가 이 지역으로 편입되면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세 개의 고을이 합쳐 이루어진 곳이라 한자는 그대로 쓰고 말할 때와 쓸 때는 합천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연유야 어떠하든 이름이 명징하지 않다.

 

 

합천에는 소리길이 있다. 홍류동 맑은 골짜기와 벗하는 계곡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리는 길이다. 물 맑은 합천은 별칭도 수려한 합천이다. 이름에 어울리는 풍광이고 계곡이다. ‘법보종찰가야산해인사’ 현판 뒤에는 ‘홍류문’의 현판이 붙어 있다. 해인사의 고승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에 빗대 ‘앞은 가야산이요 뒤는 홍류 맑은 물이다.’라고 읊조린다. 현판에 홍류라 쓸 정도니 홍류동 맑은 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가야산은 조선팔경 또는 해동 10승지의 하나로, 특히 가야산국립공원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이르는 4Km 계곡은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계곡물을 붉게 물들인다 하여 홍류동이라 불리웁니다.’라고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발간한 안내문이 설명한다.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여 고운 빛을 담을 수 있고 꽃과 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가야산 19명소 중 16개 명소가 홍류동에 있다. 있는 것이 아니라 모여 있다. 맑은 물에 운치를 더해 가랑비가 오니 옅은 운무가 낀다. 배낭 진 나그네는 풍치에 홀려 걸음을 재촉하는데 외려 몸 가벼운 나그네는 감탄하고 감상하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다리 건너 조금 지나 회선대다. 이름에 걸맞게 과히 신선이 모일만한 곳이다. 시 모르는 나그네도 시심이 우러나오는데 시선은 어떠하랴. 하여 시선이 붓 들어 썼다. ‘선인의 소식이 끊어졌다고 말하지 말라. / 한 쌍의 청학이 지전에 앉는구나.’

 

 

가는 소리길 바닥이 흙과 돌과 낙엽으로 이뤄졌다. 흙은 그 냄새로 좋고 돌은 그 단단함으로 좋다. 낙엽은 그 푹신함으로 좋으며. 흙길 밟아 시심이 일어난 모양이다. 시인들의 글이 계곡 길에 나부낀다. ‘지친 영혼 어루만져 주는 하늘나라의 손’이 ‘종소리’라고 한다. (박찬선) 모 시인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버금간다. 둔재를 탓하는 나그네는 발걸음이 무겁다.

 

 

간이발전시설이다. 1950년대부터 70년대 초 어느 해까지 가동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옛날 계곡을 따라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활용했다. ‘지자요수’니 그들은 지혜로워 물에서 전기를 끌어냈다.

 

 

암석이 겹겹이 쌓여있는 첩석대를 선인들은 조물주의 작품이라고 감탄한다. ‘바른 눈이 열릴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니 / 옥빛 금빛 상자에 구름무늬 잔이 섞여 있네’라고 한 선인의 안목을 얻을 수 없는 후학은 선인의 명경지수 마음을 부러워 할 뿐이다.

 

 

꽃 떨어지는 웅덩이 낙화담이다. 비바람에 많은 꽃 떨어지는 모양을 보고 마음 다스린 도인이 슬퍼했다. ‘도인도 오히려 정의 뿌리가 남아 있어 /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한 유마거사의 아픔이고 눈물 때문에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옛 선비의 마음이다. 경지에 이른 분들의 생각이 같음을 또 느낀다.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는 자는 낮아 질 것이요’ 라는 성경 구절이 떠 오른다. ‘下心(하심)’이란 팻말이 나무에 붙어 있다. 아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이마를 부딪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다칠까 염려해 나무를 베지 않고 마음을 낮추라는 팻말을 붙인 교훈이 새삼스럽다.  제 분수 모르고 살아 왔음을 알리는 것일게다.

 

 

도솔천에 계시는 미륵존불이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의 길상암을 알린다. 가보고 싶지만 시간을 핑계로 다음으로 미룬다. 중생은 항상 이러하다. 그래서 중생인가. 인연 있는 분 참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