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점촌5일장 (글과 사진)

맛깔 2012. 3. 21. 16:27

 

 

점촌 오일장이 선다.

경북하고도

경주 성동장, 불국시장, 양북장, 감포장, 안강장, 건천장, 외동장, 양남장, 산내장, 서면장을 거쳐

김천 황금장, 지례장을 지나

안동 안동장, 풍산장, 구담장, 운산장, 길안장, 임동장, 정산장에 머물다

영주 풍기장, 소천장을 보고

상주 상주장, 함창장, 공성장, 용호장, 화령장, 은척장을 들러

문경 문경장, 농암장, 가은장, 동로장을 돌아

마침내 3, 8일 점촌 오일장이 들어선다.

 

봄기운이 서고(입춘) 아기가 들어서고 두 발로 서니, 서는 것은 생명이 사는 길이다.

장이 ‘선다.’는 것도 뭇 생명을 살리는 거다. 장에서 먹거리, 농사 기구와 씨앗을 사고 장에서

국밥을 먹고 장에서 정을 나누니 이는 곧 생명에 활력을 줘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래서 장이 선다고 한다.

 

 

 

점촌 오일장에는 문경새재 주흘산과 백두대간에서 뜯어 온 산채가 주를 이룬다고 하지만

닷새 만에 한 번 열리는 장에 없는 것이 있으면 될까? 교통의 발달로 품팔이를 어려워하지

않는 상인들이 안동 간고등어, 풍기 인삼, 벌교 꼬막, 통영 멍게 등을 들여온다. 의성 육쪽마늘,

부산 오뎅과 여러 지역의 한약재도 눈에 띄니 노고를 아끼지 않는 상인들의 덕이다.

 

 

 

 

 

뿐이랴? 어리굴젓, 골뚜기젓, 새우젓, 명란젓, 창란젓도 시골장 나들이 할아버지의 입맛을

다시게 하고 천막에 걸어 둔 앙증맞은 손뜨개질 스웨터도 멋쟁이 아주머니의 눈길을 끈다.

게다가 집에서 농사지은 쌀, 보리, 콩 등을 가져 와 난전에 펼친 아주머니들이 하나라도 더 팔아 보려고 애를 쓴다.

 

 

 

 

 

호떡 굽는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길 “나 인간극장에도 나왔어요. TV에 나왔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지요.”

그래서인지 사진 찍는 모양새가 남다르다. 사진 찍는 사람은 이 아니 좋으랴. 떡 파는 할머니를 사진에

넣으려고 눈치를 보니 “얼마든지 찍어 가슈. 나도 방송에 나왔는데 사람들이 TV 나온 것을 알고 떡을 많이 팔아줬지.”

방송을 탄 사람은 방송의 위력을 안다. 덕분에 편안하게 사진 찍는 횡재수를 누린다.

 

 

 

 

상인이 장사한다 하지 않고 품팔이를 한다고 함은 요즘 장터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돈벌이가 시원찮아 하루 수익이 품팔이 수준이라고 한다. 장사꾼의 엄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백이면 백 모두 다 그러니 시장에 문외한은 믿을 수 밖에. 크고 작은 마트의 난립으로 침체일로에

있는 오일장의 현대판 보부상들은 배운 도둑질이라 마지못해 장터를 떠돈다고 한다.  

 

한때 오일장을 다녀오면 돈주머니가 두둑한 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 철을 놓치고

모아 둔 게 없어 후회한다는 보부상의 얘기다. 이름 석 자 밝히면 큰 일 난다고 언급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때마침 일요일, 어머니 손을 잡고 점촌 오일장에 온 꼬맹이는 순대, 붕어빵, 오뎅에 입이 호사한다.

어린아이는 노는 날이어서 마음이 호사하고 입이 호사하고 눈이 호사한다. 장터 사람들은 평일

오일장 장사가 좋고 가장 하치가 일요일 공휴일 장날이라고 가는 한숨을 쉰다.

평일 장날 중에서도 월요일, 금요일 오일장은 대박시장이란다. 난전 귀퉁이에 막걸리 판이 벌어졌다. 

 

할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들이 술 한 잔 하면서 다음 달에 치러 질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 인물평 을 한다.

어디 가나 입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저 분 입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리니 삼십육계가 상책이다.

 

 

 

엄마 손잡고 장 나들이 가던 어린 시절의 신바람은 사라졌다. 세파에 시달리고 삶에 찌든 탓도 있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의 영향도 크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데 생선 파는 아저씨가 양철통을 두드리며 활짝 웃는다. “이왕 장사 안 되는 것

신세 한탄 말고, 마음이라도 좋게 먹읍시다.”

 

텅 텅 텅 텅

“오냐 깡통소리에 내 춤사위를 보렷다.”

 

 

어깨춤을 들썩 들썩

소맷자락 너울너울

엉덩이는 실룩실룩

볼은 샐쭉 샐쭉

눈망울은 껌뻑껌뻑

 

 

점촌오일장

주소 : 문경시 흥덕동 794-1

전화 : 054-553-3208

장날 : 3일,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