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맛깔나는 막걸리, 은자골탁배기

맛깔 2011. 10. 4. 15:17

전통음료 한 세기를 끌고 온

은자골탁배기의 여걸 임주원 사장

 

 

막걸리,

순백으로

붉게 물들이는

놀라운 재능이여!

 

 

  막걸리는 생명이다. 생명의 본질은 살림(살리는 것)에 있다. 왜 살림이라고 하면 농주(農酒)라 부르기 때문이다. 지상의 모든 술이 여유와 향락을 살리고 밤을 위해 존재한다면 막걸리는 낮과 생명을 찬양한다. 막걸리는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짓는데 가장 적합한 술이다. 그래서 농주(農酒), 즉 농사짓는 술이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는 은척(銀尺:은으로 만든 자)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은자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갖다 대기만 하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영물이다. 귀한 것은 귀한 곳에만 있다. 은척면은 청정지역인데 그중에서도 유독 물맛이 좋다고 소문 나 있다. 인근 성주봉 휴양림에 들어서는 등산객은 갈증을 달래주는 약수에 먼저 반하고 만다. 은척면에는 좋은 물로 만든 ‘은자골탁배기’가 있다. 은자골탁배기는 2005년 전국 막걸리 축제에서 막걸리 업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술로 선정되었으니 안팎으로 그 맛을 검증받은 셈이다.

 

  

은척양조장의 대표는 여걸 임주원 여사장이다. 임 사장이 1985년 시집을 오니 시어른께서 80년 전통의 양조장을 운영하고 계셨지만 시대의 추세에 따라 옛날 양조장의 화려한 날이 사그라지는 중이었다. 남편은 중장비 사업을 하느라 외지로 떠돌아다니고 임 사장이 시어른을 모셨는데 시어른께서 임 사장을 끔찍이 아꼈다고. 이웃 사람들의 얘기를 빌리면 공주도 그 보다 더 예쁨을 받지 못 했을 것 이라고 한다.

 

  

시어른께서 돌아가시면서 임 사장 손을 붙잡고 양조장 가업을 이어달라고 했다. 며느리의 사업가 기질을 믿는다면서. 어릴 적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임 사장은 그로부터 7년 동안 고민했다. “주여 제가 취하게 하는 업을 이어도 되나이까?” 8년째 되던 해 경북대 미생물학과 교수님과 얘기를 나누던 중 고민을 말했더니 “막걸리는 전통음료입니다. 갈증을 없애고 시장기를 몰아내고 일하는 힘을 더해 줍니다. 생명의 음료입니다.” 맞아. 전통은 계승해야 되는 것.

 

  

임 사장은 그때부터 만 2년 동안 전국 양조장을 다 돌아다녔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나름대로 비법이 있는 발효실을 보여주지 않더라고. 마침내 은척양조장 고유의 발효비법을 찾았다. 맛 뛰어나지 건강에 좋지 가격 저렴하니 누가 찾지 않을 수 있었을까. IMF와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로 인해 은자골탁배기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다.

 

  

전통계승이란 무조건 옛것을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다. 온고이지신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뜻 일게다. 옛것을 배우고 익혀 현재를 살되 새로운 것을 또 배우자는 것이다. 임 부회장은 옛 성인의 말씀에 따라 건강음료를 생산하되 위생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그래서 몇 십년 동안 내려오던 발효실을 깔끔하게 단장했다. 그러나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옹기는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옹기는 숨을 쉬기 때문에 발효시키는데 이만큼 좋은 용기가 없다고 한다. 간장을 담글 때 전통 옹기가 아니면 제대로 맛을 내는 간장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할머니들의 말씀이다.

 

  

살균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탁주는 건강에 좋아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피부미용을 위해 마신다고 한다. 일부 탁주는 장기보관을 위해 효모를 살균한 후 생산하는데 그러면 효모 특유의 맛이 없을 뿐 아니라 살아있는 유산균이 없다. 생맥주와 병맥주의 차이라고나 할까. 은자골탁배기는 작년부터 이마트에도 납품되고 있다. 은척양조장은 2007년 대구경북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이제 은척양조장의 전통은 시어른에 이어 남편과 아들까지 3대가 이어가고 있다. 수 백 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임 사장은 선교하고, 구제하고, 정직한 기업가 정신으로 은척양조장을 끌어가려고 한다. 복을 쌓는 기업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임 사장은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적십자100주년 기념식에서 경북대표로 행자부장관상을 받았다. 은척양조장은 적십자후원기업이기도 하다. 사업하랴 봉사하랴 그 바쁜 와중에도 임 부회장의 적십자봉사시간은 1만 시간이 넘었다. 사무실 입구에 진열돼 있는 각종 감사패가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봉사는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하는 것이고 봉사는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못하는 것이라네.” (신문 기고문, 2008년)

 

 

 

 

경북 상주시 은척면 봉중리 311

전화 : 054-541-6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