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신현국 문경시장 인터뷰

맛깔 2011. 10. 13. 06:00

대담 : 하춘도 (맛깔)

9월 29일 / 문경시장실

한국사보협회 네트워크지 10월호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글이 길면 읽지 않는다. 신현국 문경시장의 글은 간결하다. 핵심을 잘 파악한다는 말이다. 문경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신 시장의 인사말과 신년사는 간결체의 결정판이다. 또 말은 어떠한가? 짧다. 행사에서 하는 말은 짧아 참석자들이 아주 좋아한다. 그렇다고 눌변은 아니다. 말을 하면 잘 할 수 있으되 말을 아낀다는 뜻이다.

 

신 시장은 환경부 대변인 겸 공보관을 거치면서 그런 능력을 얻었을 것이다. 대구 및 경인지방 환경청에 근무하는 틈틈이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그 바쁜 와중에 수질관리기술사와 폐기물처리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을 것이다. ‘환경대통령’ 등 8권의 저자이며 대학에서 강의도 해 짧은 시간에 말과 글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잘 알고 있다.

 

2006년 9월 국군체육부대 강당

 

신 시장은 국군체육부대 유치를 위해 김효근 부대장과 300 여명의 선수들 앞에 섰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30분, 이미 다른 지자체 세 군데서 90분을 사용했다. 선수들의 피는 뜨거워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했고 내용은 지루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신 시장은 고뇌했다. 저들의 마음을 잡을 방법은 없는가?

 

마침내 강당 앞자리에 섰다. 신 시장은 좌중을 둘러보고 큰절을 했다. 조그만 소란이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7만 인구를 대표하는 문경 시장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 : 그전에 축하드립니다. 9월 29일, 지식경제부로부터 문경오미자특구가 전국 138개 지역특구 중 성과평가 대상을 수상하셨더군요.

신 시장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네요. 문경의 오미자 생산 농가와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입니다. 우리 문경 시민들의 저력입니다.

하 : 국군체육부대 이전으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신 시장 : 제가 얘기를 드렸죠. “제가 두 가지 이유로 여러분들에게 큰 절을 드렸습니다. 하나는 여러분들이 84년 부대 창설 이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하다는 의미입니다.”

(체육부대원들의 눈과 귀가 신 시장에게로 쏠렸다. 또 무슨 얘기가 나올 것인가?)

“다른 하나는 여러분들이 문경으로 오시면 이렇게 떠받든다는 의미에서 큰 절을 올렸습니다.”

 

하 : 감동인데요. 결과는 뻔했겠습니다.

(신시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신 시장 : 그렇죠. 부대장을 비롯해 전 부대원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더군요. 평가는 1위. 4개 유치희망 지자체 중 최고 점수 100점으로 2위와는 무려 12점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하 : 이번에는 행동으로 사람 마음을 잡으셨군요. 청장을 지내고 박사 학위에 교수까지 하신 분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셨나요?

신 시장 : 절박함 때문이죠. 제가 시장에 당선된 뒤 예산과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공장이 들어와 고용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도 아니었죠. 참 답답했습니다. 유치 경쟁에 늦게 뛰어 들어 가능성이 희박하여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시도하는 유치경쟁에서 탈락하면 시민들의 사기가 꺾일 것 아닙니까?

게다가 기업 유치를 하기에는 경인지역과 구미에 비해 조건이 열악했습니다. 체육부대가 오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쉽겠더군요. 국군체육부대는 다른 것을 유치하기 위한 마중물이었습니다.

 

(바둑 명인이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라고 했다. 그래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고수가 될 수 있었다. 종교는 간절함으로 기도해야 신의 소명을 알 수 있듯이 절박함으로 시정업무를 봐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신 시장에게는 문경의 발전이 그런 간절함의 대상이다.)

 

      하 : 국군체육부대 유치가 문경시에 도움이 되나요?

신 시장 : 직접적인 것은 국군체육 부대가 문경에 머물러 수익이 발생하고, 간접적으로는 다른 것을 유치하기 쉬운 거죠.

      하 :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 시장 :군인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4년 마다 개최되는데 2015년 9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문경에서 열립니다. 110여 개국에서 만 여명 정도가 참가합니다. 이것을 유치하기위해 시민들과 함께 혼연일체가 돼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에 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올라 간 것은 88 올림픽 덕입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대한민국의 잠재역량이 올림픽 때문에 전 세계에 알려 진 셈이죠.

 

하 :국군체육부대가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의 마중물이 되었듯이 STX리조트의 문경 유치는 서울대학교병원 연수원과 숭실대학교 연수원. 연구소 유치로 이어졌다고 하더군요.

신시장 :사전에 많은 조사를 했군요. 문경의 보물은 많습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문경의 역사성, 보존된 옛길 등,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문경의 소중한 것들이 세계군인체육대회로 인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려질 것으로 기대하는 거죠.

선수 만 여 명 뿐 아니라 수 많은 관람객 등이 열흘 이상 문경에 머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당연히 따라 오는 거죠.

하 :세계로 수출하는 문경 상품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도시’ 브랜드가 자랑스럽게 따라 붙겠습니다.

신 시장 : 그렇지요.

 

하 :이번에 문경 사과축제가 열린다고 합디다. 여기에도 말씀이 있으실 듯 합니다.

신 시장 : 10월 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문경사과축제는 6회째로 이 사과 축제 때문에 문경 사과의 위상이 제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혹, 문경 사과를 잘 아십니까?

하 : 사과는 충주, 청송 등이 유명한 것 아닙니까? 참, 문경 사과 좋다는 말도 최근에 들어 봤습니다.

신 시장 :최근에 들었다고 하니 섭섭합니다. 제가 문경시장으로 부임하니 많은 문경 사과가 밭떼기로 다른 지역에 넘어가 그곳의 특산품으로 비싼 값에 날개 돋힌 듯 팔립디다. 이래서 안 되겠다 싶어 사과 축제와 브랜드 홍보 그리고 디자인 등으로 사과 농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요즘에는 문경 사과 하면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과 재배 규모가 천 억원 정도 되는데 면적 단위 당 수익률은 1위입니다.

 

하 : 문경에는 1위 품목이 많아 부럽습니다. 오미자도 그렇다고 하던데요. 부산 계시는 장모님이 문경 오미자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보내 달라고 하시는데 물량이 없어 살수가 없더군요. 어렵게 구해 보내 드렸더니 장모님이 아주 좋아 하십디다. 덕분에 점수 좀 땄습니다.

신 시장 : 하하 고맙습니다. 문경 오미자의 생산량이 전국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물량이 부족하여 재배 면적을 자꾸 늘립니다. 찾는 고객들이 많아 재배농가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5년 전 오미자 축제를 할 때 재고가 2만 5천 톤이나 있었는데 판매처가 없어 산동농협 오미자 조합장의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제가 조합장과 함께 국순당으로 팔러 다닐 정도였습니다. 축제와 꾸준한 홍보 등으로 요즘 문경 오미자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최상의 품질도 따라 주니까요. 작년에는 오미자 가격을 상당히 올렸는데도 다 팔렸습니다. 요새는 사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없어서 못 팝니다. 오미자 생산량은 500억 원 규모로 특구 운영 대상 중 우수 특구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9월 지역 특구 대상을 수상하게 된 거지요.

 

하 :부임 초기에 옷이 많이 상했다고 하더군요.

신 시장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습니까? 바짓가랑이가 많이 헤졌습니다. 제가 현장 확인을 중시합니다. 문경 지리를 잘 알아야 기업 유치에 도움 주는 말을 할 것 아닙니까? 기업 관계자들에게 문경 지리를 설명해주면 깜짝 놀랍니다. 다른 곳에서는 실무진들로부터 들을 만한 얘기라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이 다녔죠. 비서와 단 둘이 골짜기마다 안 다닌 곳이 거의 없습니다. 깊은 골짜기도 마다 않고 들어가다 보면 바지가 쓸려 많이 헤지더군요.

 

하 :이왕 말하시는 김에 렌트카 얘기도 해 주시오.

신 시장 :쑥스럽게 그런 얘기도 아시는군요. 제가 현장을 중시하다 보니 출장을 워낙 많이 다닙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 서울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면 렌트 비용이 더 싸더군요. 그래서 제 차는 렌트카입니다. 제게는 매끄러운 서류 문구보다 매끄러운 기업 유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하 : 문경한우도 꽤 유명한 모양입니다.

신 시장 :제2회 문경한우축제가 10월 21일부터 사흘 간 문경도자기 전시관 앞 광장에서 열립니다. 일두백미라고 한우 한 마리에서 백가지 맛이 나온다고 하죠. 그런 한우를 문경에서만 생산되는 약돌(거정석)을 사료에 넣어 사육하니 좋은 것은 다 있는 셈입니다. 필수아미노산과 최고급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소화가 잘 되고 육즙이 풍부합니다. 무엇보다 맛이 좋으니 문경약돌한우를 찾는 사람들이 짧은 기간에 상당히 늘었습니다.

 

하 :시장님이 열심히 뛰니까 표시가 납니다.

신 시장 : 알루텍, 캐프, 글로벌선진학교 문경캠퍼스, 대성계전 등이 문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경이 희망이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땅값이 오르고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문경을 떠날 생각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문경에 있으려고 해요. 지난 34년간 문경인구가 계속 감소했는데 최근 3년간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감소 인구가 매년 거의 2천 여 명에 달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경에 머물러도 희망이 있으니까요.

하 :시장님이 할 얘기가 많으시니 지면을 늘려야겠습니다. 시장님이 잘 생겨서 팬들이 많겠습니다.

신 시장 :하하 그것은 아니고요 일 때문에 팬들이 많습니다. 제가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나는지 지나가면 악수하자고 하는 촌로들, 웃는 문경 시민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게 부담이 되지만 힘도 됩니다. 저의 힘은 결국 문경 시민의 지지 속에 나오니까요.

 

하 :바쁘신 중에도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 시장 :앞으로 문경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문경 오시면 꼭 연락 주십시오.

 

신 시장과 인터뷰 전에 문경의 도자기 장인을 만났더니 문경 땅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란다. 기업이 들어오고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좋은 가마터를 지으려고 하니 예산이 많이 필요해 그렇다고 한다. 내가 가진 땅 값은 오르고 내가 사야 되는 땅값은 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콩 값은 내리고 두부 값은 오르기를 바라는 두부 장수 심보라고 하니 껄껄 웃는다. 그렇지만 땅 값이 올라도 문경에 희망이 있어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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