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차에 빵과 희망을 싣고

맛깔 2012. 4. 12. 00:04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저는 빵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는 빵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잘 가는 단골 빵집이 있습니다. 베이커리라는 상호를 달았지만 대기업 체인점에

비하면 허름할 정도의 인테리어라 빵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빵집이라고

하니 더 정겨운 맛이 들지요.

 

 

요즘 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거나 시장 상인들에게 경기를 물어보면

모두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상인들에게 경기를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 모두가 힘들어 하니 묻기가 좀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 빵집 주인(사장이라기보다는 주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은

항상 싱글벙글하더군요. 볼 때 마다 여유로운 웃음을 짓기에 대박 상품이 있거나

처갓집에서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느 저녁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해 빵을 사면서 주인에게 형편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마침 주인이 시간이 있다며 저보고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제가 싱글벙글하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며 그 이유를 묻습니다. 사실 여유로운

웃음을 지을 만큼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생각하면 웃을 수 있습니다. 제 살아 온 이야기를 들려 드릴테니 실의에 빠져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 주십시오.”

 

 

젊어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결혼하면서 중국집을 시작했습니다. 꽤 잘 됐습니다.

그런데 독실한 신자라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기 위해 중국집을 그만두고 빵과

과자 대리점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잘 되더군요. 거의 문 닫을 수준의 대리점을 인수하고

열심히 뛰다보니 전국에서 손가락 꼽을 정도로 운영이 잘돼 회사로부터 상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잘 될 때 자만하지 말라는 뜻인지 과욕을 부리다 부도가 나서 일전 한 닢 못 받고

가게를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통곡하는 아내 손을 잡고 보따리 짐을 싸 조그만 시골로 왔습니다.

워낙 열심히 살아 신용을 얻은 터라 아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 중간 규모의 슈퍼 한 귀퉁이에

빵집을 차렸습니다. 언젠가는 빵집을 차린다는 생각으로 제빵 기술을 배워 두었기에

곧 맛있는 빵을 구워낼 수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족족 빌린 돈을 갚아 나갔습니다. 단칸 셋방에 살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때로는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고 몸을 혹사시킨다는 아내와

다툼도 잦았습니다. 그래도 몸을 사리지 않고 빵을 굽고 손님에게 친절히 대했습니다.

좁은 지역이라 소문은 곧 났습니다. 싸고 맛있는 빵을 정성껏 굽는 사람이 어느 슈퍼에서 일하고 있다고.

 

 

고객들이 몰려 왔습니다. 독립하려는 욕심이 생겨 개인 빵집을 차렸는데 의외로 고전하였습니다.

위태위태한 고비가 몇 번 있었지만 굳굳하게 버티다 시장으로 가게를 옮겼는데

상인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원가가 높았지만 적은 이문이라도 많이만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빚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시골 동네 빵집의 이익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밥 먹고 아이들 공부시킬 정도는 됐습니다. 큰 아들이 공부를 잘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니 당시 수입으로는 어림없었습니다.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마침내 살길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장날 시장 상인과 손님들을 찾아 가는 거였지요.

처음에는 얼굴이 뜨거워 고객을 부르지 못했지만 곧 자식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시장 상인과 손님들이 빵을 찾았습니다.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헐한 가격에 맛있는

빵을 제공하니 인기가 좋아 고객이 한 명 두 명 늘어났습니다. 용기를 얻어 거의 매일

새벽 서너 시에 일어 나 빵을 승용차에 싣고 다른 고장의 장날도 찾았습니다.

지역이 바뀐들 정성과 맛이 어디 가겠습니까? 장날에 소리치는 빵 주인이 있으면 저로 아십시오.

제 덕에 장애인 두 사람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을 더 고용하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았으니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해 함께 살려고 합니다.

 

 

아직도 빚이 남아 있고 자녀 교육비로 힘이 들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지요.

부도로 한 푼 없이 도망치듯 이사 온 것을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음 잘 먹으면 어려움을 좋은 기회로 바꿀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늘은 감당하지 못할 시련은 내려 주지 않는다.’고 하니 열심히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