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시의전서 사람들(3)

맛깔 2020. 11. 5. 08:50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손상돈 소장

 

“시의전서는 상주 문화재입니다. 코로나19시대에 건강한 음식 문화를 이끌어 갈 선조들의 지침서입니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손상돈 소장의 주장이다. 수운잡방, 음식 디미방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고 조리서의 하나인 시의전서는 상주군수로 부임한 심환진이 필사본을 만들어 며느리 홍정 여사에게 전해주었다.

 

“시의전서는 1인 밥상이어서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를 일상화하는데 최적화된 상차림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철 식재료로 간을 세게 하지 않아 코로나 시대의 건강 밥상입니다.” 시의전서를 설명하는 손 소장은 신바람이 났다. 현 시대상황과 미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 담긴 시의전서를 소개하는 손 소장은 시의전서 전도사이다.

 

그는 2019년 7월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의전서 음식을 보급하고자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 시의전서 전통음식 명품화 사업의 하나로 2017년부터 시의전서음식을 제공하던 백강정을 필두로 2019년에 시의전서 음식점 혜원식당, 안압정, 상산관, 삼백한우뜰을, 이어 2020년도에는 닭요리를 취급하는 주왕산삼계탕과 상주 쇠고기 음식으로 유명했던 수라간을 추가로 시의전서 취급 음식점으로 선정하였다. 이 음식점이 시의전서 음식 맛을 운치 있게 차려내시라고 건강에 좋은 유기그릇을 지원하였다.

 

“시의전서에 있는 음식은 거의 400여 가지가 됩니다. 이 중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해 상업화가 가능한 70여 가지 음식을 조리법을 재현 및 개발하였습니다.”

 

-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시의전서 음식에는 구체적인 레시피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가령 쇠고기볶음의 경우에는 ‘쇠고기를 다져 재운 뒤 물을 조금 붓고 볶는다. 볶은 것을 곱게 다지고 볶을 때 생긴 물에 진간장과 파, 마늘, 꿀, 깨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다시 볶아서 물기를 없게 만든다.’라고 돼 있는 것을

 

‘재료

다진 쇠고기 300g

불고기 양념 : 간장 3 큰 술, 참기름 1/5 큰 술, 꿀 1 큰 술, 파 2 작은 술, 마늘 1 작은 술, 깨소금, 후춧가루

조리방법

1. 쇠고기는 곱게 다져 불고기 양념을 반만 넣고 재운 뒤 물을 조금 붓고 볶는다.

2. 볶은 고기는 곱게 다진다.

3. 볶을 때 생긴 물에 나머지 불고기 양념을 넣고 고기를 볶아 물기를 없앤다.‘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조리법을 만들었습니다.“

 

- 시의전서 조리법을 공개하면 누구나 조리할 수 있겠군요.

“아무래도 시행착오가 있어 제 맛을 내려면 시일이 제법 걸리겠지요. 마늘도 조리 전후에 음식에 넣으면 맛이 달라지 듯이요. 그렇기 때문에 이애자 교수(백석문화대학교)가 시의전서 식당 개설자들에게 일일이 전수 교육을 했는데 식당 개설과 교육에 이영숙 팀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영숙 팀장의 얘기다. “식당은 시의전서 음식 공급 초창기라 원활하게 서빙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서빙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래 솜씨 있는 분들을 선발해 교육을 하였기 때문에 빠른 기간 내에 국내에서 호평 받는 음식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코로나 탓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려던 ‘시의전서 요리경연대회’가 취소된 것이 아쉽습니다. 별 문제가 없으면 내년에 시의전서 요리경연대회를 열려고 합니다. 아마 수준 높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리라고 예상합니다.”고 손 소장이 덧붙인다.

 

한때 조미료를 듬뿍 친 음식을 선호한 시기가 있었는데 조미료 전쟁의 주역 미원, 미풍의 전성기였다. 이제는 조미료와 설탕 등을 음식에서 추방하고 음식 재료의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센 간, 강한 불 향 대신 음식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재료 손질만 살짝 하고 약한 간을 하거나 하지 않고 먹는 음식이 증가했다. 처음 맛 본 사람들은 음식이 싱겁거나 밍밍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것에 맛을 들리면 간이 센 음식을 싫어하게 된다. 스테이크 레어가 불향만 살짝 입힌 음식이다. 송이와 미나리 등 채소를 그대로 먹거나 살짝 간 만 해서 먹어보면 맛의 진가를 알게 된다. 시의전서 음식이 이런 것이다.

 

한글이 독창적이라고 하는 것은 창제원리가 적힌 600여 년 된 훈민정음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서이다. 지인과 음식을 먹을 때 “이것 말이야 시의전서에 나온 음식으로 시의전서는 약 100여 년 전의 조리서인데 이 조리서는 궁중과 반가 음식을 기록하였으니 족보 있는 음식이야. 많이 드시게”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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