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풍각쟁이 은진

맛깔 2012. 6. 19. 14:33

 

 

고백컨대 중년 남자의 가슴은 바람 들린 무 같다. 듬직해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은 실속 하나 없이

바람만 숭숭 통하는 거다.

삶이 퍽퍽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게다. 아내여 근심할 지니 남편이 해묵은 전화번호를 뒤지거나

똥 마련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할 때 아니면 멍하니 눈물 흘릴 때를. 그도 저도 아니면 까닭 없이

한숨을 쉴 때.

 

남편은 다소 서툰 변명을 널어놓을 게다. 직장 스트레스에 계절 탄다거나 가까운 사람의 허무한

인생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할 터이다. 이때가. 어물쩍 넘기지 말자.

그대의 남자에게 찾아 온 불청객은 중년의 고독이다.

 

 

넋 놓고 운전하다 들리는 특이한 노래 한 곡. 복고풍의 노래가 까마득한 옛날로 마냥 끌고 간다.

나운규의 아리랑도 떠오르고 모란인가 뭐 인가 하는 기생 얼굴도 생각나게 하는 이 노래의 정체가

대체 뭔가.

 

청춘의 한 때 그 애 생각은 왜 나게 하는지?

 

노랫말이 유치도 하다.

 

흘러간 고향 길에서 즐겁게 놀던 그 옛날이여/

고요한 달빛에 젖어 정답게 속삭이던 말/

그대는 그 어데로 갔는가/

다시 못 올 옛 꿈이었던가 /

흘러간 고향 길에는 잔디만 푸르렀구나 /

랄 ~ 랄 ~ 랄 ~ 라 ...랄 ~ 랄 ~랄 ~ 라(고향)

 

유치하다고 했나? 이 노래 듣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어린애처럼 순수해야 천국에 가고

백발 도인도 천진난만하다네. 고향은 소꿉장난 하던 시절의 얘기니 순도 백 프로의 유치함이지.

 

슬픈 노래만 있는 게 아니다. 신혼 새댁의 앙탈을 들으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걸.

 

오늘은 일찍 오마 약속하시고/

자정이 지나 한 시 반인데 왜 인제 오셔요/

내일도 그렇게 늦게 오시면 /

싫어요 ~. 네? /

꼭 일찍와요. 네? /

얼른 오~세요. 네? (신접살이 풍경)

 

이히히 기억나는가? 달콤한 신혼살이.

 

 

아차 건너 뛸 뻔 했다. 자네는 연애도 안하고 시집 장가갔나?

 

오빠는 풍각쟁이야야 뭐 /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

난 몰라이 난 몰라이 /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 /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 /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

오빠는 욕심쟁이 /

오빠는 심술쟁이 /

오빠는 깍쟁이야 (오빠는 풍각쟁이)

 

잡은 물고기에 미끼 안 준다는 말이 갑자기 왜 떠오르지. 하하

 

 

첫 사랑과 헤어진 순정의 여인이 안타깝다.

 

안녕하십니까요. 네 염려하여 주시므로 전 잘 있습니다. /

그런데 여보 여보 어쩌면 대답 한 장 없이 /

고렇게 고렇게 모른 척 하십니까요? /

전 정말 답답하고 궁금합니다. /

내 ~ 가, 가 ~ 회답해 주세요, 네? (님 전상서)

 

예나 지금이나 옛사랑 찾는 여심이 애달프구나.

 

중년의 고독을 치유하는 자, 너다. 풍각쟁이 은진.

중생아 힘들어 마라, 너를 지켜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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