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중년 남자의 가슴은 바람 들린 무 같다. 듬직해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은 실속 하나 없이
바람만 숭숭 통하는 거다.
삶이 퍽퍽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게다. 아내여 근심할 지니 남편이 해묵은 전화번호를 뒤지거나
똥 마련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할 때 아니면 멍하니 눈물 흘릴 때를. 그도 저도 아니면 까닭 없이
한숨을 쉴 때.
남편은 다소 서툰 변명을 널어놓을 게다. 직장 스트레스에 계절 탄다거나 가까운 사람의 허무한
인생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할 터이다. 이때가. 어물쩍 넘기지 말자.
그대의 남자에게 찾아 온 불청객은 중년의 고독이다.
넋 놓고 운전하다 들리는 특이한 노래 한 곡. 복고풍의 노래가 까마득한 옛날로 마냥 끌고 간다.
나운규의 아리랑도 떠오르고 모란인가 뭐 인가 하는 기생 얼굴도 생각나게 하는 이 노래의 정체가
대체 뭔가.
청춘의 한 때 그 애 생각은 왜 나게 하는지?
노랫말이 유치도 하다.
흘러간 고향 길에서 즐겁게 놀던 그 옛날이여/
고요한 달빛에 젖어 정답게 속삭이던 말/
그대는 그 어데로 갔는가/
다시 못 올 옛 꿈이었던가 /
흘러간 고향 길에는 잔디만 푸르렀구나 /
랄 ~ 랄 ~ 랄 ~ 라 ...랄 ~ 랄 ~랄 ~ 라(고향)
유치하다고 했나? 이 노래 듣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어린애처럼 순수해야 천국에 가고
백발 도인도 천진난만하다네. 고향은 소꿉장난 하던 시절의 얘기니 순도 백 프로의 유치함이지.
슬픈 노래만 있는 게 아니다. 신혼 새댁의 앙탈을 들으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걸.
오늘은 일찍 오마 약속하시고/
자정이 지나 한 시 반인데 왜 인제 오셔요/
내일도 그렇게 늦게 오시면 /
싫어요 ~. 네? /
꼭 일찍와요. 네? /
얼른 오~세요. 네? (신접살이 풍경)
이히히 기억나는가? 달콤한 신혼살이.
아차 건너 뛸 뻔 했다. 자네는 연애도 안하고 시집 장가갔나?
오빠는 풍각쟁이야야 뭐 /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
난 몰라이 난 몰라이 /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 /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 /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
오빠는 욕심쟁이 /
오빠는 심술쟁이 /
오빠는 깍쟁이야 (오빠는 풍각쟁이)
잡은 물고기에 미끼 안 준다는 말이 갑자기 왜 떠오르지. 하하
첫 사랑과 헤어진 순정의 여인이 안타깝다.
안녕하십니까요. 네 염려하여 주시므로 전 잘 있습니다. /
그런데 여보 여보 어쩌면 대답 한 장 없이 /
고렇게 고렇게 모른 척 하십니까요? /
전 정말 답답하고 궁금합니다. /
내 ~ 가, 가 ~ 회답해 주세요, 네? (님 전상서)
예나 지금이나 옛사랑 찾는 여심이 애달프구나.
중년의 고독을 치유하는 자, 너다. 풍각쟁이 은진.
중생아 힘들어 마라, 너를 지켜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