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막내 동생

맛깔 2011. 3. 7. 11:36

지금은 가정을 꾸려 귀여운 딸 하나를 두고 알콩달콩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의 어릴 때 일입니다

그는 무슨 일을 해도 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탁구를 쳐도 이길 때 까지 하려고 해 제가 귀찮아서라도 슬며시 져 주곤 했습니다.


운동에 만능이라 온갖 운동을 다했는데 특히 유도를 할 때 거의 천재가 나왔다고 할 정도로 빨리 배웠다고 합니다

그 동생이 필리핀에서 근무할 때 지역 조폭 두목 급이 하도 귀찮게 해 창고로 데리고 가 한 판 붙었다는 것 아닙니까

죽을 각오를 하고 직원에게 둘이 들어가거든 밖에서 문을 닫아라 했습니다.


창고 문이 닫히자 말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폭이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펑펑 쏟더랍니다

부하들 때문에 위신 세우려고 말썽을 부렸지만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공사하기가 아주 쉬웠고 모든 일은 무사 통과였다고 합니다

조폭 왈 우리 보스(?)를 건드리면 죽음을 각오해라고 할 정도로 충성을 다했답니다. 하하


목숨 걸고 일을 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다를 것입니다. 그 애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이 동생과 얘기를 하면 

그 애 눈을 보고 얘기를 해야 했습니다. 만약 딴 곳을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동생이 우리 턱을 끌어 

당겨 눈을 마주 보게 하더군요. 정말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두 마음을 가지지 말라는 말이겠지요.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네 곁에 있는데라는 노래 가사가 있죠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막내 동생과는 나이차가 많아 우리들은 동생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켰습니다. 그러나 동생 부탁은 잘 들어주지 않아 

동생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놀고 귀찮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당연히 

동생 차지가 되었습니다만만하게 생각해서 그럴 것입니다.


영리한 동생은 우리들의 부탁을 들어 주는 만큼 그의 부탁도 들어 주도록 우리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아마 동생은 정작 동생이 원할 때는 한눈을 팔고 그가 필요할 때만 찾는 형과 누나가 미웠을 것입니다

그렇죠. 웃음은 다른 곳에서 꽃피우면서 부탁할 때만 찾는다면 좋아하겠습니까?

동생이 아무리 어린 들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사람을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라는 심정이었겠죠.


엄밀히 따지면 부모 자식 간에도 공짜는 없는데 하물며 형제와 친구 사이에서는 공짜가 있을까요

좋을 때는 아는 척 안하다가 심부름 할 때만 연락하면 누군들 밉지 않겠습니까? 이런 관계가 정립되자 

동생은 우리들 부탁을 잘 들어주고 심부름도 잘 해 주었습니다. 오고 가는 부탁 속에 피어나는 우애라고 할까요.


그러나 어머니에게 동생 험담이라도 하면 저희들 부탁을 절대로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등 뒤에서 비방하면서 앞에서는 웃음 짓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도와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때로는 동생에게는 착한 노릇을 강요하면서 우리들은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으니 

동생은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입니다.


동생에게 부탁할 때는 형들 말을 착하게 들어야 복을 받지라고 하면서 형들은 제 맘대로 살면 동생이 

얼마나 열을 받겠습니까? 현명한 동생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요즘도 동생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동생은 저 뿐만 아니라 둘째와 여동생도 지극 정성으로 도와줍니다.

 

막내가 갓 난 무렵 볼거리로 신음할 때 어머니는 밤잠을 잊고 간호하다가 병원에 데려가 수술을 받게 하고는

수술하니 피고름이 세숫대야에 가득 차더라.”면서 당신의 고통보다 더 아파했습니다. 막내를 혼내주면 선친께서는 

막내를 혼내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 형제들을 크게 야단 쳤습니다. “막내 울음은 저승 문턱에도 들릴 정도로 부모는 

막내를 가슴에 품고 있다.”면서요. 아마 막내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귀염을 받고 자랐는지 모를 겁니다.

 

마냥 어린 줄로 알았던 동생은 IMF 때 경제적으로 곤궁에 빠지셨던 부모님을 크게 도와주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돈을 버는 족족 선친에게 송금하였습니다. 선친은 당신을 도우는 막내를 안쓰럽게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언제가 한 번 선친께서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막내가 막내가 아니다.”라고요. 당신이 막내를 키울 때 들인 공은 

생각지도 않으신 듯 하였습니다. 선친이 돌아가 실 때 막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마음속에 지니고 가셨을 겁니다

우리 형제들은 막내가 부모님에게 기여한 공을 잊지 않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되면 그 고마움을 부모님 대신 갚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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