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아내 생일 (3-2, 2009년)

맛깔 2012. 12. 2. 13:20

2009년에 쓴 글

 

 

결혼과 관련된 말이 많다. 결혼 전, 청춘 남녀들은 주위에서 뭐라 해도 듣지 않고 몸의 말에 따라 눈에 콩깍지를 씌운 채

결혼하게 되는데 혼수 기념으로 임신 하는 것은 다반사다. ‘뜨물에도 아이 생긴다.’고 했으니.

 

이성지합(二姓之合)으로 두 성이 만났으니 얼마나 시끄러우랴. 주도권 잡기로 시끄러운 신혼에는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둥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라는 둥, 친구들의 훈수를 들으며 찌지고 볶으며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이때부터 처가 집 말뚝 보고 절하는 신랑과 발뒤꿈치도 미운 신랑으로 나눠진다.

 

                                                2009년 청양군, 생일의 주인공 인형을 들다

그러다 ‘내님 보고 남의 님 보면 마음에 병 생긴다’며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해보니 진짜 후회한다’고

용감하게 갈라서는 부부가 생겨난다. 이별의 단계를 무사히 벗어나면 ‘고와도 내님 미워도 내님’의 터널을 빠져나와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거나 ‘나이 차 미운 계집 없다’는 결혼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다.

이때가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며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경지다. 다시 장가가면 정말로 100점 맞을 자신이

생길 때 쯤 되니 망령이 든다. 어른들이 말씀하지 않았는가. ’장가가서 어른 되려고‘ 하니 ‘철들자 망령 난다‘고.

 

 

결혼 이야기가 아내 생일과 무슨 관계가 있어 장광하게 늘어놓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내가 생일을 맞았다. 신혼 초, 철없던 신랑은 ‘아내 생일이 무슨 대수’랴 싶어

생일을 잊어버리고 아내로부터 타박을 들으면 칠거지악을 들먹였다. 어느 생일날, 길에서 나에게 필요한 싸구려 장식품을

사들고 가니 아내가 무척 기뻐하여 연유를 알아보니 그 날이 아내 생일이었다.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잖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

 

아내는 이제 친구, 돈, 강아지만 있으면 되는 나이가 됐고 이 몸은 불쌍하게도 이사 갈 때 강아지를 안고 타야만

안심할 나이가 됐다. 오매 불안한 것. 이번 생일에는 아내에게 점수를 따,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한참을 고민했다.‘재수 좋은 과부는 넘어져도 요강꼭지에 앉는다.’고 마침

한국사보협회와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이 주관하고 청양군농업기술센터가 후원하는 사보기자 팸투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보기자 팸투어에 아내와 함께 가게 됐다. 목적지는 청양군 일대.

 

 

                                          2004년 수안보

 

 

 

누에 체험장 계봉농원

계봉농원 안내 책자에 농원 대표로 유원조, 박종민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다. 농민부부는 신성한 노동으로

두 사람의 가치를 동등하게 한 것일까? 아니면 두 마음이 하나로 합쳐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낳으려고

그렇게 적은 것일까? 계봉이란 말은 농원 뒤에 있는 나지막한 산봉우리가 닭을 닮아 그렇게 지었고 집터는

조롱박 형상이라고 한다. 닭 모이를 모우는 터라 그런지 이 터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가 된다고 한다.

 

 

저번에 살던 농장주인이 부자가 돼 집을 떠났고 지금 살고 있는 유원조 농부 부부도 이사 올 때보다 살림을 많이 일구었다.

풍수지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사람의 노력 덕택에 그렇게 되었을 거라 주장하고, 풍수론자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풍수이론의 원리가 작용한다고 한다. 아마 사람이 일을 도모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이야말로 이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노력하되

이웃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주 오랫동안.

 

 

우화등선의 용어를 배태한 누에는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고 간다. 등에 버섯을 이고 자라는 동충하초,

고치에서 뽑는 명주실, 명주실을 뽑고 난 뒤의 번데기 등은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다.

환경이 오염된 지역에서는 누에를 먹일 수가 없다. 계봉농원이 자리잡고 있는 청양군 목면 본의리는

휴대폰이 제대로 터지지 않을 정도의 오지라 세속의 때가 거의 날아들지 않는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수안보

 

된장, 꿀의 '칠갑산 무지개' 농원

‘2003년 세계농업기술 양봉 부문 대상’을 수상한 '칠갑산 무지개' 농원 대표, 김기수, 정귀례 부부의

농촌 생활은 농부의 성실함에 사업가의 경영능력이 합쳐진 모습이다. 서울에서 손가락 꼽는 스카프 공장을

 운영했던 김 대표가 농촌으로 귀향한지는 10년이 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국내 양봉업계와

청양군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 부부는 2007년 충남농업기술원의 ‘부부협약’ 대상자로 선정됐는데 부부가 공동으로 경비와 수익을 배분하는

공동 재산 관리가 부부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부부재산을 따지면 너무 야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협약의

만족도에 대해 물어보니 ‘대만족’이라고 한다.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평가를 소홀히 했던 아내의

노동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는 인식의 문제로 남편은 아내를 존중해주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존중을 받는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

 

 

김 대표는 ‘그대 꿈꾸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 고향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나도록 꿈에서는

항상 고향의 냇가와 산과 들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가족을 설득하여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노력하는 자만이 달콤한 과실을 얻을 수 있으니

숱한 시행착오 끝에 칠갑산 무지개 농원의 된장과 꿀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품이 되었다.

 

 

김 대표는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여 방문객을 위해 최근, TV에 방영되었던 동영상을 준비해 두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검증 받은 자료를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주면 농원에 대한 방문객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 동영상을 통하여 벌치는 모습, 특허 출원 중인 화분 된장, 판매장 등 칠갑산 무지개 농원의 전모를 다 알 수 있었다.

김대표의 유모섞인 설명은 일행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집 된장 덕일까? 부근의 음식점에서 내 놓은 된장찌개는 한결같이 맛있었다.

 

 

장독을 열어 된장 맛을 보여주는 정귀례 대표의 얼굴에는 된장으로 특허를 받는다는 자부심과 맛에 대한

긍지가 넘쳐흘렀다. 된장에 화분을 섞으면 꽃가지가 피지 않고 된장에 감칠맛이 더해진단다.

선물로 받은 된장을 풀어 된장국을 끓여 보니 딱 그 맛이 우러나왔다.

 

청양군 농업기술센터 황상철 소장과 저녁 식사

황 소장은 열정 덩어리 그 자체였다. 농업 분야에서 1등을 해, 포상금으로 받은 10억원 가량을 농가에

나눠 주었다.이로 인해 인근 지자체로부터 시샘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뗀 황 소장은 농업 발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입담이 좋다. 아니 열정이 그대로 흘러 나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일행들은 황 소장의 열정에 저녁 식사도 잊은 채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치며 흥겨운 저녁을 보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농업기술센터의 조미숙 계장의 열성도 잊지 못한다.

모두들 잔을 채우고 “위하여”를 여러 번 외쳤다.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과 청양군 스타파크 천문대

경제 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박세리와 박찬호의 활약은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불어 넣어 주었고

경기가 있던 날, 사람들은 TV앞으로 몰려들었다. 영웅의 탄생은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다소 비약 되었을지 모르지만 올 7월에 개관한 청양군 스타파크 천문대에는 스타가 있다.

국내최대의 굴절망원경과 이현배 해설사다.

 

 

굴절망원경은 가격이 비싸지만 상이 또렷하게 맺히는 장점이 있고 반사망원경은 크게 만들기 쉽지만 상이

 또렷하지 않다. 굴절망원경으로 본 목성에는 띠로 된 가스층이 또렷하게 보였고 ‘미리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불렸던 은하수에는 은하철도 999가 달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그 상상력은 사람들을 착하게 한다. 우주의 힘, 인간의 힘을 비교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청양군 스타파크 천문대에는 이현배라는 스타 해설사가 있었다. 거의 180도로 제껴 지는 의자에 방문객을

눕혀 놓고 둥근 천장에 쏘아 올린 밤하늘의 별을 이야기 해주는 이현배 해설사로 인해 일행들은

금새 별나라로 여행을 떠난 듯 했다. 어떠한 설명도 그로부터 직접 듣는 이야기만큼 감동을 줄 수 없으니

스타파크 천문대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백숙현 윈토피아 원장

대우전자 판매왕 출신인 백숙현 원장은 윈토피아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백숙현 고객발굴 이벤트 전략》,《움직이는 대리점 주부사원 백숙현》 등의 저자이기도 한 백 원장은

살아있는 마케팅 사전이다. 필자는 백 원장의 팬이다. 백 원장과 함께 팸투어를 가게 되면

그 곁에서 한시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예쁜 아가씨가 유혹하면 커피를 마시느라 잠깐 곁을 떠날 때만 빼고.

 

 

백 원장은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 날도 밤늦게 도착했다. 마주 앉아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밤 11 시경 또 방에 모여 그의 이야기를 새벽 두시까지 들었다. 판매, 마케팅,

도움을 준 사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무려 세 시간 동안 백 원장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질리지 않는 삶의 철학과 마케팅 원리.

 

 

백 원장이 욕심 많은 사람이었다면 ‘백 원장과 함께 하는 마케팅’이란 제목으로도 수 억원의

돈을 벌 수 있었으련만 무료로 강의해주고 경비 없는 여행을 주선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밤이 깊어도 백 원장의 강의에 눈이 말똥해졌지만 백 원장이 내일을 위해 헤어지자고 한다.

일행들은 아쉬움을 안고 눈을 붙이러 갔다.

 

 

다음 날, 고운식물원과 다른 방문지가 있었지만 필자는 일정관계로 먼저 상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참 즐거웠다. 이 여행을 주선해 주신 한국사보협회, 백숙현 원장, 황상철 소장님과

이 여행에 동행했던 사보기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언젠가 팸투어가 상주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

 

 

필자는 행복하다. 낯가리는 아내가 이번 여행을 좋아하였으니까. “아내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타지로 떠나 단 둘만이 있는 이 보금자리에서 알콩달콩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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