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인터넷에 소개안된 대박 맛집, 갈치찌개 전문점, 가인정

맛깔 2013. 8. 15. 06:42

 

2인분 (1인분 2 도막)

 

1970년대 은어로 애인을 ‘깔치’라고 불렀다. 생선 갈치에서 나온 말인데 당시 갈치는 귀한 어종이 아니었다.

애인은 귀한 사람이어서 귀한 어족의 명칭을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 애인이 만만해서 그런가 아니면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어 그랬는가. 요즘 갈치는 귀한 음식 중의 귀한 음식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혀끝에 기억하고 있다가 몸이 불편하거나 향수에 젖었을 때

이것을 먹고 싶어 한다. 요즘 아이들은 브랜드 통닭과 피자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익숙한 것 또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중년 남성들은 대개 갈치찌개를 그리워한다. 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도 그럴 것이다. 당시 어머니들은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쪼개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가격이 싼 갈치를 자식들에게 해 먹였다.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훌륭한 먹거리가 갈치 뿐이랴. 재첩국, 고등어 등도 이 부류에 들어갔다.

 

 

갈치 찌개를 아시는지? 호박과 무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 뿌려 국물 자작하게 조린 갈치찌개를.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 먹어도 좋고 고기 살점을 발라 입에 넣어도 사르르 녹는 그 맛.

 

 

그러고 보니 갈치 찌개를 먹어 본지 이태나 됐나? 어렴풋이 어머니의 손맛이 머릿속을 뱅뱅 도는데

동래 허심청 부근에 갈치찌개 전문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 듯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유명세 듣고 갔다가 실망한 경우가 많아서다.

 

어렵게 지인과 날을 잡아 갔는데 맛이 대박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갈치찌개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을 떠 입에 넣고 사르르 녹는 갈치 살을 발라 입에 넣으니 몇 십 년 전 가족들이

모여 앉아 먹던 안방의 분위기다. 굵은 갈치 두 도막이 들어있다.

 

 

나만 그랬을까? 아기 안은 젊은 부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해운대에서 왔단다. 가인정이 두 달 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해운대에서 몇 년 동안 영업할 때 고객으로 어머니 손맛을 못 잊어 발걸음 했다.

노인들도 오고 아저씨도 오고 데이트하는 젊은이도 온다. 청춘남녀는 맛으로 먹고 중년 이상의 손님들은

어머니 손맛이라며 감격해 한다. “딱 내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시던 갈치찌개” 가정식 백반이다.

 

 

갈치찌개 전문점 가인정에는 고객 스토리가 엮어진다. 치매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들이 갈치찌개를

먹고 어머니 손맛이라며 어머니를 모시고 왔더니 어머니가 너무 맛있어 하셔서 고정적으로 모시고 온다는 얘기.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 갈치를 먹고 나면 몸이 호전돼 고맙다며 개업 선물한 분재. 매일 한정 판매했던

얘기며 매달 한 번씩 생선 두 도막을 50개 도시락에 담아 노인들에게 전해 주는 얘기에는 우리들의 삶이 녹아있다.

 

 

자장면 먹으러 가자던 장애인 아들을 데리고 왔던 아버지는 아들이 다 먹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맛있다고

하자 행복해 했다. 안다 손가락 아픈 자식이 좋아할 때의 그 심정을. 그 이후로 그 애가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는

손에 항상 갈치찌개 포장이 들려 있다.

 

 

해운대에서는 ‘장산명물식당’으로 영업을 했는데 이곳으로 오면서 ‘가인정’으로 상호를 바꿨다.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사람이 명물이요? 음식이 명물이요?” 하는 소리에 일일이 대꾸하기 귀찮아서

그랬다는데 아깝다. 홍보용 멘트로는 대박인데.

 

생선찌개, 생선모듬, 다슬기찜 등 모든 음식이 맛있는데 가격도 대박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