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화끈합니다, 입안이 얼얼 ‘신가네 조방낙지’

맛깔 2013. 8. 4. 19:08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방직이 있던 자리가 조방이다. 조선방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면화로 무명을 짜던 공장이다.

이 무영은 옷이 되고 앞치마가 되고 수건이 되는 등 갖가지 입고 가리고 닦는 것으로 변했다. 조선방직 때문에

조선의 민초들이 숱한 눈물을 흘렸는데 조방은 동양척식회사처럼 우리 동포들을 수탈하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1960년 대 후반 헐려 그 자리에 시민회관, 범일전화국, 시장(자유,평화), 예식장, 호텔, 여관 등이 들어섰다.

조방은 조선방직에서 나온 말이다.

 

 

의식주 중 의가 생겼으니 이제 먹거리인 식이 나올 차례다. 조방에 어느 때 부턴가 낙지를 파는 식당이 들어섰다.

필자가 부산에 있던 30여 년 전에도 조방낙지에서 낙지를 먹었으니 최소한 조방낙지의 역사는 그 이상 되었으리라.

조방낙지의 명성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더니 이제 낙지하면 으레 조방낙지가 돼야 맛있는 줄 안다. 스텐 국그릇에

하얀 쌀밥을 담고 매운 낙지를 넣고 비벼 먹으면 코끝에 땀이 송글송글 혀끝은 얼얼 속에는 천불이 활활

 

 

부산의 무더위에 헉헉거리고 있는데 선배가 나오라고 한다. 매운 것 잘하는 집이 있다면서 차를 몰고 간다.

파리 잡아먹은 두꺼비 마냥 눈만 껌뻑거리며 차창을 내다보는데 부산이 참 많이 달라졌다. 연산동에 이마트가

들어섰다. 옛날 이곳은 촌 골짜기였는데 구청도 있고 인근에는 부산시청이 있으니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골목을 뱅글뱅글 돌아드니 ‘신가 조방낙지’ 식당이 있다. 매울 신이니까 신라면처럼 맵게 한다는 알림이다.

외진 골목이라 걱정했더니 이마트와 공무원들이 주 고객층이고 주택가라 가족 손님과 명성을

듣고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제법 된다고 한다. 맛만 좋다면야.

 

 

알고 보니 사장이 음식컨설턴트여서 입지 조건이나 업종을 고르는데 도가 텄다. 컨설팅해 준 조방낙지 음식점 중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그가 말하는 부산 사람들의 계절별 입맛에 귀가 솔깃하다. 식목일부터 8월 10일까지는 밀면이 많이 팔리고

8월 10일부터는 밥으로 서서히 바뀌다가 8월 15일부터는 거의 밥이 팔린다고 한다. 칼국수는 생각과 달리

여름 장사여서 6개월 벌어 1년을 살아야 된다는 통계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 이 분만의 노하우가 아닐지

모르는데 천기누설인가. 

 

 

전목 삼계탕과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소맥 한 잔 또 소맥 한 잔 소주 한 잔 하니 무더위 날라 가고 인간사

행복이 음식과 즐거운 담소에 달린 듯하다. 참 의식이 나왔으니 주도 나왔다. 소주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