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상주곶감 농부, 이종복의 즐거움
-왜 뒤늦게 곶감 농사를 짓습니까?
“돈 벌려고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곶감농사라니. 거의 30여 년 동안 여러 장사를 하였다.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거친 세파도 경험했다. 현장에서 익힌 예리한 감각과 까다로운 입맛은 어떤 식당에서도
음식을 한 번만 맛보면 장사가 되는 식당인지 아닌지를 알 정도다. 하필 곶감일까?
- 곶감 농사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 세상에 쉬운 일이 있습니까? 상주 사람의 DNA에는 곶감의 유전자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곶감 농사가 즐거워요.
들인 공만큼 좋은 곶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정직합니다.”
그렇다. 미국 사람들의 피에는 카우보이의 도전 정신이 흐르고 일본 사람들의 전통에는 기모노와 사무라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일까? 단군의 후손에게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아리랑과 한복이 중국과 유럽과 미국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게 어색할까? 상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곶감을 가까이 해 왔기 때문에 곶감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선별하고 깎고 맛보고 곶감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들이.
- 잘 하던 장사를 그만두고 곶감 농사를 짓게 됐지요?
“ 나이 들며 내가 자신 있고 상주에서만이 강점을 지닌 것을 찾다보니 곶감이었지요. 물론 잘 하던 장사였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감안하였고요.”
전망이 밝지 않는 장사 때문에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을 선물하면 거의 다 좋아했고
상주 사람들로부터는 으레 곶감을 선물 받는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을 떠 올렸다. 이삼백 동 (삼 백 만 개) 곶감 농사를
짓는 친구도 적극 권유했다. “친구야 곶감 농사지어라. 자그마한 힘이 돼 줄게”
- 올해 곶감 농사를 잘 됐습니까?
“ 네. 삼 십 동(삼 십 만개)을 했는데 보시다시피 잘 되고 있습니다.”
첫사랑의 달콤한 향기 같은 곶감 냄새가 상주웰빙곶감 농원에 퍼져 있다. 처음으로 대규모 곶감 농사를 지었지만
곶감 농원은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다.
도시 아이들은 몰라도 상주 사람들은 곶감 속담을 피부로 안다. ‘곶감 빼 먹듯이’는 옛날에 곶감을 꿰어 말린 것을 빼
먹어 본 적이 있어 그렇고 ‘호랑이도 무서워 한 곶감’은 그 맛을 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농사를 지었는데
집에서 쓸 요량으로 감을 조금 깎았으니 곶감이 잠재의식속에 들어 있다.
- 판매처를 찾기가 어렵지 않아요?
“ 도소매를 겸하기 때문에 처음치고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겁니다. 주위에 많이 알려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요.”
때마침 2.5 톤 규모의 탑차에 반건시를 싣고 있다. 도매로 나가는 물량이다. 이런 차가 몇 번 들락날락하면 상주웰빙곶감에서
생산된 곶감 삼 십 만개는 금세 다 팔릴 것 같다.
“도매로 팔면 편하지만 큰돈이 안돼요. 직거래를 해야 고정 거래처도 생기고 이익도 크지요. 그래서 직거래 고객을
찾고 있습니다. 당장 고정 거래처를 대량으로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일하다 보면 되겠지요.”
상주 사람의 곶감 DNA와 상인의 안목을 합치면 조만간 근사한 곶감 상인이 나올게다. 틀림없다.
상주웰빙곶감
대표 : 이종복
상주시 연원동 845-1
054-534-3579, 010-3533-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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