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진한 가마솥 육수로 전골을 끓이는 개운궁

맛깔 2018. 3. 19. 10:31

아빠가 육수를 넣고 끓인 김치 찜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어.” 미식가 막내 딸 얘기다. ‘맛있어에 잠깐 머물러서 미소 짓고 곧 육수에 방점을 찍는다. “알겠다. 앞으로도 육수를 내 음식을 해달란 얘기지.” 육수를 끓이려면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 양파, 다시마, 멸치를 기본으로 버섯, 새우를 넣고 압력밥솥에 끓인다. 주말에 오는 애들을 위해 압력밥솥으로 끓인 페트병 하나 반의 육수를 된장국, 버섯 샤브샤브, 콩나물 국 등에 사용한다. 육수 유무에 따라 밍밍한 맛과 감칠 맛 나는 음식이 태어난다.

 

평소 술 잘 사고 밥값 잘 내는 개운궁 이상화 사장이 (사장은 아내이고 본인은 허드렛일 하는 돌쇠란다. 이참에 아내는 회장으로, 본인은 사장으로 승진시킴) “비 올 날씨니 몇 사람 모아서 한 잔 하러 오이소하며 전화를 했다. 어떤 날은 날씨가 화창하니 한 잔 하러 오이소날이 궂어서도, 바람이 불어서도, 눈이 와서도 시시때때로 전화한다. 혹시 회장님과 한 판 해 그 분풀이로 술을 마시는 가 싶어 회장님 눈치를 살피니 전혀 그런 표정은 아니다. 휴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 그래도 페친 모임을 가지려고 했는데 잘됐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영업에 방해되니 몇 명 모으려고 했는데 아뿔싸 요즘 선거철이니 모이면 시끄럽겠지. 그저 시 알고 예술에 조예 깊은 사람이 좋은데. 변방미인이야 멀리 있으니 오라고 할 수도 없고. 고마움의 뜻으로 아내 몰래 꼬불쳐 둔 꿀 한 병을 들고 혼자 가야겠다.

 

대개 밑반찬이 맛있으면 음식이 맛있는 편이란다. 감식가에 가까운 미식가 평이다. 개운궁의 밑반찬은 정갈하다. 한결같은 맛이다. 밑반찬만 가지고도 한 그릇 뚝딱하겠다. 그럼 개운궁은 뭐 먹고 사나? 이 모든 것이 찬모 솜씨다. 김치도 매년 직접 담아서 묵은지 맛도 좋다.

 

시원한 성격의 이 사장이 능이버섯전골하고 막걸리 한 잔 합시다.”라고 운을 띄운다. 능이향이 일품이지. 입에 착 감기는 국물 맛은 어떠하고? “국물 맛이 시원하죠?” 라고 객이 물으니 육수 우리는데 공이 많이 들어갑니다.”라는 주인장 대답.



 

오리와 닭에 들어가는 육수는 황기, 감초, 구지뽕, 엄나무와 비밀 약재를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로 푹 끓여서 능이버섯 삶은 물을 넣고 또 불을 때 끓여내고 자식에게만 물려줄 100년 전통 비법으로 끓여낸다. 또 이 식당의 인기 메뉴 버섯전골, 두부전골에 사용하는 육수는 해산물, 양파, , 명태, , 대파와 또 비밀 약재를 넣고 끓인다. 한때 국내에서 몇 손가락 들 정도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 사장이라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는다. 재료를 아끼면 맛이 덜하단다.

 

말나온 김에 창고 구경합시다.” 라니 이 사장이 활짝 웃더니 갑시다. 보물창고로.”하며 안내한다. 아이고 이게 음식점 창고냐 한약방 창고가? 황기가 노란 박스에 채로 쌓여있다. 감초, 나물, 대추, 시래기, 구지뽕 등도 박스에 예쁘게 담겨있다. 놀란 가슴 진정하며 사진 한 컷.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 잔하고 육수 끓일 때의 정성을 생각하며 전골찌개 국물을 입에 떠 넣으니 감동이다. 몰라서 그렇지 육수 우릴 때의 정성은 말로 다 못한다. 나는 애들을 생각하며 압력밥솥에 육수재료를 넣고 추가 돌고 몇 분 지나서 불을 끄면 되지만 개운궁은 고객을 위해 장작불 가마솥으로 끓이면서 오랜 시간 불조절과 재료를 가늠하면서 끓이니 맛은 고객 입으로 노고는 이 사장 몫으로.

 

닭과 오리는 가마솥에서 삶아야 맛있죠. 압력밥솥에 비해 식감이 쫄깃쫄깃해 고객들이 좋아합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좋은 안주인데도 벌써 술에 취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밤새 마시고 또 마시련만 고작 막걸리 2병에 취하다니. 마음이 약해져서 몸이 약해졌나? 찌개국물 믿고 제 속도를 잊고 마셔서 그런가?

 

밤이라면 맑은 달에 보고 싶은 얼굴이라도 그려보련만 초저녁이라 자전거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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