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어머니 손맛의 사벌기사식당

맛깔 2018. 2. 27. 20:17

어머니 손맛의 사벌기사식당

 

내가 아내라면 남편은 내 손아귀에 있다. 남편이 감기 기운이 있거나 맥이 없을 때 이러는 거다. “나는 왜 어머님 손맛이 없을까? 어머니처럼 음식 솜씨가 좋으면 당신을 단박에 기운 차리게 할텐데.” 축 늘어져 있던 남편 입 꼬리가 귀에 걸리며 그럴 거다. “당신 눈치 보느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마 (어리광쟁이라서 엄마라고 한다.) 음식 솜씨는 알아 주셨어. 내가 감기로 비몽사몽 했을 때라도 엄마가 참기름 넣고 끓여주는 콩나물국 한 그릇이면 싹 나아버렸어.”

 

아내여 진실을 털어놓지 말지어다. 핸드백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 언제나 철없는 아들같은 남편에게 맞장구를 쳐라. “맞아 아무리 배우려고 해도 그 맛이 안 나네. 어머님에게 가르쳐달라고 할까?” 중년 남편은 안다. 배워봤자 그런 맛이 날 리도 없고 요즘 먹는 그 맛이 못살았을 때의 그 맛과 같기나 할까? 그래도 아내가 엄마를 높이 평가해 주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갑자기 아내가 사랑스럽게 보일 것이다. “여보 샤워하고 불꺼!왜 그러실까? 오버하시기는.




 

대신 눈을 반짝이며 당신이 괜찮아 보인다는 핸드백 있잖아. 당신 생일에 선물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 쇼핑하러 갈까?” 돈을 모으기는 개뿔. 하여튼 남편들은 즉석이에요. 아내여 정답을 알려주마. “괜찮아 여보. 그 돈으로 어머니 집에 보일러나 놔 드려.” 남편은 광분한다. “내일 당장 그 백화점으로 나와, 오랜만에 외식하고 핸드백 사자.”

 

무서운 아내에게 순치된 남편은 이빨 감춘 호랑이다. 어머니 음식 맛을 잊고 아내가 해주는 음식에 길들어져 있지만 때로 이빨을 드러낼 때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기운이 없거나 어린 시절 친구가 보고 싶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중년의 고독이 찾아 올 때. 어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 하나면 금방 나아버린다. 나에게는 참기름 넣은 콩나물국과 복어국, 엄마표 초밥, 장어, 밤밥 등. 아내가 한 번도 안 해 주었던 음식이다. 왜 이래 나 어릴 때 요리 먹고 자란 사람이야. 우습게 보지 마.

 

밥맛 좋기로 유명한 상주 쌀 사러 사벌 백재정미소에 갔다가 점심때가 되었다. “사벌기사식당의 밥맛도 괜찮아라는 말에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가 간단히 주문을 받는다. “비비 묵는 거 해드리까요?” 씩 웃었더니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가 음식을 내온다.

 

숭늉에 된장국 그리고 봄동이다. 그릇째 숭늉을 한 모금 마시고

된장국을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으니 절로 어머니 생각이 난다. 넌지시 물었다. “집에서 담은 된장이에요?” “미소가 배시시 배어져 나온다. 촌의 허름한 식당 음식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뚝배기 보다 장맛이다.

 

중년의 허전함을 달래려는가? 사벌기사식당의 비비 묵는 밥을 드셔 보시길.




 

 

사벌기사식당

주소 :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상풍로 379

전화 : 054-533-8482

 

사벌백재정미소

주소 :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엄암리 76

전화 : 054-532-8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