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대추탕이 유명한 직지사의 전통 찻집, 다반향초

맛깔 2012. 9. 13. 16:05

 

 

조용히 앉아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도

향은 그대로구나 (靜坐處 茶半香初)

 

 

좋은 차향을 말함이다. 좋은 인연도 이와 같아서 오랫동안 처음 설렘이 이어진다.

김천 직지사 입구에는 좋은 시를 이름삼아 지은 찻집이 있다. 다반향초다.  

 

 

산중 스님들은 입맛이 까다롭다. 좋은 것 먹기보다 안 좋은 것 안 먹어 몸이 오염되지 않아 그렇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덕도 있을 것이다. 이 입맛 까다로운 스님들도 다반향초의 대추탕을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대추탕이 세상에 나온 지 20여 년이지만 뛰어 난 맛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직지사에서 20여 년 전에 오가는 스님들과 신심 깊은 불자들을 위해 경내에 ‘산중다실’을 열었다.

공부와 기도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내 놓아야 된다.

좋은 산천경개는 거기 있는 것이니. 

 

 

지혜심은 산중다실의 주인 서근숙의 법명이다. 그는 입맛 까다롭고 성정 치밀해 이곳의 주인으로

적격이었다. 입맛 까다로워야 그에 맞는 음식을 찾을 터이고 성정 치밀해야 그 음식을 제대로

준비할 터이니 말이다. 

 

 

나름 음식에 자부심이 있고 음식 솜씨의 소문이 주변에 짜한 터였다. 대추차를 끓였는데 남들은

좋아했지만 무엇인가 허전했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부족했다. 이때까지는 대추차라 불렀는데

요즘에는 대추탕이라 한다.

 

 

참선의 화두는 깨우치는 실마리로 그이는 대추차로 화두를 잡았다. 제대로 된 대추차로

뭇 사람들의 건강을 살피고 싶은 마음이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근심은 깊어갔다.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요지부동 . 하루 이틀에 깨칠 화두가 아니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한약재를 다루던 친정아버지 덕에 얻은

한약재 상식과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었다. 또 시골에서 자라 건강했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외고집도 바른 길을 찾았을 때 빛을 발한다. 홀로 공부가 힘들어 좋은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선생님과 함께 화두 깨치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마침내 “이것이다.” 라는 탄성을 지르게 됐다.

따져보니 한 이 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대추를 그냥 끓이면 풋 맛이 나는데 대추의 풋 맛을

없애고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배와 한약재 2, 3 가지를 넣어 감칠 맛 나는 대추탕을 얻었다.

바른 길 가는 외고집을 피워도 될 자격이 됐다. 

 

 

왜 대추탕이냐고?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아은각비에서 ‘차는 찻잎에서 만든 것’이고 다른 끓인 것들은 ‘

탕’이라고 했다. 명색이 찻집을 한다면서 차를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도를 배워 강사까지 했으니

차에 관한 안목이 트인 셈이다. 

내친 김에 명자, 탱자, 모과, 오미자 탕도 만들었다. 친숙한 이름 탱자는 어느 새 저만치 멀어졌지만

서근숙의 손에서 탱자탕이라는 정다운 이름으로 거듭났다. 모과탕은 농약 안 친 직지사의 서리

세 번 맞힌 모과에 못 생긴 모과를 효소로 만들어 섞어 만들었으니 진한 향과 감칠맛이 이 또한

못 잊을 맛이다. 

 

  

솔잎을 발효한 송차와 무를 재료로 만든 무차도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아카시아 꽃차를

만드는 분들에게 그의 향기로운 비법을 알려 드린다. 음식은 좋은 재료가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4월 초 꽃망울이 터지기 전에 꽃을 따야만 향취 가득한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명성이 자자한 대추탕을 산에까지 가 마시려니 힘들다는 볼멘소리에 직지사 입구에 ‘다반향초’를

열었으니 4년 전이다. 고객을 생각하는 정신이 산중까지 밀려들었다.

 

고부갈등과 가족 갈등이 있는 분들에게 그동안의 경험을 말씀드린다. 부자갈등을 술로 풀려다

취하면 거친 말이 나오기 쉽고 고부간에는 술 대작을 할 수 없다. 하니 차를 마시라고 한다.

처음 한 두 번 차를 함께 하기 어렵지 차를 마시다 보면 마음은 가라앉고 이해심은 넓어진다고 한다. 그

연유는 모르지만 조주선사도 그래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시게”했을 법 싶다.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어 한때 끓였던 호박죽 맛을 못 잊어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호박죽의 삼삼한 맛이 눈에 그려진다.

 

노스님이 지어주신 법명, 지혜심은 서근숙의 성정과 잘 들어맞는다. 지혜로운 마음으로

좋은 차와 음식을 개발하는데 그 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라고.

 

 

 

 

 

 

 

                          지혜심 서근숙 / 다반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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