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안선희 원장의 곶감 설기

맛깔 2012. 3. 19. 03:42

상주축산농협지

2009년

 

 

상주요리학원 안선희 원장

 

웬 떡이냐가 횡재수가 생겼을 때 하는 이야기라면 그림의 떡은 좋아 보이지만 얻을 수 없는 경우를 이름이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경솔하게 앞질러 가는 것을 말함이다. 비슷한 말로 앞집 떡 치는 소리 듣고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말이 있는데 경솔한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선조들에게 이웃과 나눠 먹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게뿐이랴 누워서 떡 먹기는 하기 쉬운 것을 뜻함이고 누워서 떡을 먹으면 팥고물이 눈에 들어간다는 편한 것을 찾다 보면 제게 해로움이 생긴다는 것을 말함이니 우리나라에는 떡과 관련된 속담이 유난스럽게 많은 편이다. 이 속담들로부터 떡이 귀하고도 중요한 음식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주전부리로나 삶을 이어가는 먹거리로나.

 

천왕동이와 유복이가 식전에 조반을 먹고 떠나서 오다가 흰무리로 점심 요기하고 해가 한나절이 훨씬 기운 뒤에 경천역말을 들어왔다’(임꺽정, 벽초 홍명희)고 하듯, 조선시대에는 길 떠날 때 요기꺼리로 떡을 많이 가져갔다. 설기떡이라고도 불렀던 무리떡은 고물 없이 한 덩어리로 찐 떡으로 고물이 없어 변질이 잘 되지 않고 덩어리니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떡의 기억은 유전자에 각인돼 내려와 오늘날 이른 아침에 먼 길 떠나는 관광버스에 송편과 백설기가 실려 있다. 쌀이 귀했던 시절, 떡은 호사이자 삶이었고 귀한 주전부리거리이자 길 떠나는 자의 먹거리였다.

 

 

 

안선희 상주요리학원 원장은 음식재료가 귀했던 학창시절, 수시로 친구들을 집에 불러 밀가루로 풀떡, 호떡에서 수제비까지 해 주고 좋은 소리를 들었다. 할머니로부터는 밀가루를 많이 사용한다고 지청구를 들었지만. 식품영양학을 전공으로 택하게 된 것은 그 때의 기억에 의해서이다.

 

안 원장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최고의 요리로 손꼽는 것은 대학교 때 만든 라조기다. 대학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실습 시간에 배운 라조기를 집에서 서툰 솜씨로 만들어 돌아가신 부친(고 안영태 님)에게 드렸더니 부친께서 흐뭇하게 드시고 착잡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시더란다. 아마 생각도 못한 큰 딸의 음식 솜씨에 흐뭇하셨던 것 같았고 음식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딸이 짝을 찾아 떠날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신 것 같았다. 딸 가진 아버지는 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안 원장은 상당한 미인인데 미모에 걸맞지 않게 도전적인 성격이다. 2004년 도전지구탐험대 특별방송 아줌마가 간다프로그램에 응모하여 무려 700명 응시자가 몰린 가운에 면접, 스튜디오 촬영, 해병대 체험 등의 경합 끝에 12인 중 한 명으로 뽑혀 인도를 다녀왔다. 미인을 얻으려면 용감해야 되지만 미인도 용감한 모양이다. 용감한 미인은 무엇을 얻을까? 이런 활달한 성격이 요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개척하는 자 두려움이 없을지어다.

 

학원 수업 외 대학교 출강과 보육원 봉사활동으로 바쁜 안 원장은 평소 잘 못 챙겨 주는 가족들을 위해 시간이 나면 음식을 해 주려고 노력한다.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간편하게 만들어 맛있게 먹는 음식을 택한다. 오늘은 가족들이 좋아하는 상주 음식 곶감설기떡을 만든다. 상주는 삼백의 고장으로 곶감이 유명해 상주설기떡이라고 한다.

 

곶감은 비위를 튼튼하게 해 소화 불량을 낫게 하고 목소리를 윤택하게 하며, 가래와 설사에도 좋고 당질, 비타민 A, C, 칼슘, 탄닌 등이 풍부해 종합비타민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곶감 철인 늦가을과 겨울에 떡에 곶감을 넣게 된 것은 계절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기침과 가래, 운동 부족으로 소화불량이 되는 것을 낫게 해주기 위해서 일거다.

 

안 원장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보거나 장식으로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이 있거나 미운 사람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의 설명이 이어진다. 인간은 논리와 감성으로 살아가는데 논리가 앞서면 인간미가 없고 감성만 앞세우면 정확한 사람이 못 된다. 음식도 조리법을 따라하되 그것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따뜻한 음식이 안 나온다. 음식은 사랑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계량컵 없이 요리해도 맛만 좋았다. 이른 바 손맛인데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상에는 현대의 과학으로 잴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시간만 나면 도서관에 가 책을 읽는 안 원장의 논리가 정연하다.

 

그이는 행복한 직업인이다. 좋아하는 요리를 직업으로 택했으니까.

 

 

                                    - 곶감설기 만들기 -

 

재료 : 1cm로 썬 곶감 1, 쌀가루 6, 황설탕 5 큰 술

 

조리법 :

1. 곶감을 사방 1cm 크기로 썬다.

2. 썰어 놓은 곶감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쌀가루 3 큰술 정도를 고루 묻힌다.

3. 쌀가루를 체에 한 번 거르고 거른 쌀가루에 물을 조금 넣고 다시 체에 내린다.

4. 체에 내린 쌀가루에 설탕과 쌀가루에 버무린 곶감을 넣고 다시 버무린다.

5. 젖은 면보를 깐 찜기에 위 재료를 고루 펴서 넣고 20분 찌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