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속초의 명물, ‘시장닭집’의 닭 강정

맛깔 2011. 7. 8. 09:39

 

 

 

세상 정말 좋아졌다.

 

주로 여자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여자들이 시집가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혼수, 요리 등등. 그 중의 가장 큰 문제는 요리솜씨였다. 얼굴 예쁜 아내는 한 달 가지만 요리 잘하는 여자는 평생 사랑받는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옛날 남편들은 거의 제왕의 위치에서 군림했것다. 아내가 요리를 못하면 잔소리는 기본이고 학대마저 할 정도였다. 믿거나 말거나.

 

 

미식가였던 부친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70년대도 맛있는 집과 요리를 찾아다녔다. 재력이 뒷받침되고 부지런도 하셨으니. 장남인 저와 맛집 순례자였다. 부친이 집으로 들어오시면서 외치시는 말씀 “오늘 뗀뿌라(튀김) 해 먹자” 생동감을 넣기 위해 일본어를 썼으니 이해하자. 당시에는 생활 용어로 일본어를 많이 사용했다.

 

어머니는 부리나케 시장으로 달려가 고구마, 감자, 당근, 쑥갓, 새우 등을 사와 부지런히 장만하셨다. 그리고는 고구마, 야채, 새우 튀김을 해 남편에게 대령하였다. 입 까다로운 남편은 품평을 하시고.  

 

 

어머니는 입맛 까다로운 남편 때문에 요리 솜씨가 날로 발전하시더니 50대 때는 거의 음식 달인의 경지에 이르셨다. 맛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드셔 보셨던 부친의 말씀 “네 엄마의 설렁탕은 우리나라 일류 설렁탐 집의 것보다 더 낫고 오뎅, 초밥은 일류 일식집의 요리보다 훨씬 맛있다.” 어머니는 부녀지덕을 익힌 옛 여성답게 부끄러워 하셨다. 칭찬에 인색하고 입이 보배였던 부친의 무게감있는 말씀 때문이었다.

 

요즘은 요리솜씨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있으면 좋으련만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돈만 있으면 전국의 음식을 다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택배가 삶의 문화를 바꿨다. 여자들이 살판났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 

 

 

 

친구가 좋다.

 

블로그를 하니 이런 저런 친구들을 만난다.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다 보니 정이 많이 갈 수 밖에. 블로그의 만남은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것이니 오해 말도록. 블로그 친구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다. 일흔 되시는 노작가께서 저보고 좋은 친구라 해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 나이와 경력 그리고 능력 어느 것 하나를 견주어도 발끝에도 못 미칠 저였기에.

 

네이버 블로거 여자 친구가 있다. 나보다 스무 살 아래로 미모가 반짝인다. TV리포터를 할 정도였으니. 게다가 날씬한 몸매에 성격도 좋고 재능 또한 뛰어나니 알면 좋아하게 될 사람이다. 참 노래도 일품이란다. 아내도 만나보더니 참 예쁘다고 했다. 미인은 미인을 알아보는 법. 알게 된 경위가 아주 복잡하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소개받은 사람의 블로거 친구였다.

 

마음도 착하지. 내가 사람들과 함께 놀러간다고 하니 그이가 좋아하는 거라 하며 닭 강정을 보낸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덜렁 받니. 아니 사양하려고 했지만 맛이나 보라면서 준다고 하니 받을 수 밖에. 나도 다음에 선물하면 되지 뭐. ‘오고가는 선물 속에 피어나는 우정’이라고 할까? 친구가 좋다.

 

시장닭집

 

닭이야 흔하고 늘린 게 치킨가게 아닌가? 택배로 닭을 보내준다니 이상하다. 택배로 받으면 상하지 않고 하루 지나 먹으면 맛이 이상하지는 않으려나? 치킨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하루 이틀 장사한 것도 아니니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겠지.

 

 

택배가 왔다. 뜯어보니 ‘시장닭집’이란 명함에 미모의 사장님이 ‘장현숙’이란 이름으로 웃고 있다. 명함 설명이 재미있다. ‘KBS2 TV 리빙쇼에서 닭강정 전국으로 택배 보내는 바로 그집’이라고 한다.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 고고씽. 

 

‘다음’과 ‘네이버’ 검색 창에서 ‘시장닭집’을 탁 치니 ‘시장닭집’의 포스팅이 주르르 달린다. 바쁜 사람, 다 읽어 볼 수는 없고 몇 개 읽어보니 한마디로 맛있다는 말이다. ‘속초명물, 닭 강정의 원조로 맛, 가격, 위생 세 가지를 잡는다.’고 한다.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고 술은 입으로 마시며 님은 품어야 맛이고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닭강정 한 개를 입에 넣던 아내가 말한다. “맛이 괜찮네.” 무뚝뚝한 아내는 “최고로 좋다.”는 말을 “괜찮다”고 표현한다. 방학 맞은 애들도 좋아하니 이 판에 닭강정을 안주삼아 술을 좀 마셔도 아내가 이해하겠지. 아니 닭강정 먹는다고 모르겠지. 늘린 게 치킨가게지만 맛있는 닭강정의 원조는 시장닭집이다.

 

사족 : 게을러 접시에 닭강정을 놓고 찍지 않았어도 이해하시길. 먹고 마신다고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