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연밥

맛깔 2013. 1. 15. 07:38

 

연밥은 불가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찰음식으로 연식이라고도 한다. 사찰음식은 웰빙음식의

대명사로 건강식이며 맛도 좋다. 맛을 쫓다가는 건강을 잃고 웰빙만 찾다가 맛을 잃기 쉬운

현대인에게 권해주고 싶은 음식이다. 맛이라면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이지만 건강식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으니 연밥을 맛보고 그 재료를 살펴 주관과 객관으로 연밥이 좋은 이유를 알아보자.

 

우선 객관에서 주관으로 넘어가는 것이 순리니 연밥이 왜 건강식이 될 수밖에 없는지

객관성을 먼저 들어보자. 연밥에는 은행, 밤, 대추, 잣, 호두, 해바라기씨, 연자(연씨앗), 강낭콩,

검은 콩, 흑미, 찹쌀이 들어가니 셈을 잘 하는 사람은 무려 11가지의 몸에 이로운 것들이

연밥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챘음이라.

 

 

게다가 연밥을 싸는 연잎도 있으니 눈에 보이는 재료만 해도 12가지나 된다.

콩 심은 데 팥나랴? 건강식은 건강한 재료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모두 국산 재료니

그 아니 좋을텐가?  

 

맛. 이는 다소 주관적인 평가로 만인이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좋은 맛이란 첫 술을 뜨거나 먹는 도중 그리고 먹고 나서 포만감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 아닐까. 조미료의 강한 맛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연밥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혀가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

 

연밥에는 없는 것이 있으니 인공감미료요 재료 외, 듬뿍 들어 있는 것은 정성이라.

밥은 짓는다고 하니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는 것처럼 오랜 시간동안 정성이 가득 들어가는

것을 짓는다고 한다. 연밥은 그야말로 농사짓는 거나 다름없다. 찹쌀을 불려 시루에

연자, 강낭콩, 검은 콩, 흑미, 찹쌀을 넣고 찌다가 김이 올라오면 주걱으로 잘 섞어준다.

먼저 찐 재료에 밤, 은행, 잣을 넣고 김이 올라 올 때까지 또 찌고 주걱으로 잘 섞는다.

여기에 대추, 호두, 해바라기씨를 함께 섞고 연잎에 싸서 다시 10분 정도 쪄 낸다.

  

 

기계적으로 10분만 투자하면 될까? 시간은 계절과 재료의 상태에 따라 더하거나

덜어야 한다. 갓 수확한 농산물은 수분이 많아 다소 시간을 줄여야 하고 계절을

한 바퀴 뛰어넘은 농산물은 수분이 적어 시간 투자를 더 해야 할 것이니.

습기가 많은 여름과 건조한 가을 겨울의 조리법이 조금 달라야 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재료는 같되 조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혀끝에서 효자 나고 손끝에서 맛 난다고 호암사 이옥련 보살의 손맛이 아니면

언감생심 이런 연밥은 꿈꿀 수도 없다.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