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궁중음식의 맥을 잇는다.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맛깔 2012. 12. 4. 08:07

한 나라의 왕에게 드리는 음식이라면 건강과 맛에 신경을 얼마나 쓰겠으며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겠는가? 궁중음식은 궁중에서 임금님이 드시던 음식이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지체 높은 상감이 젓수시던(잡수시던의 궁중 용어) 음식은 사대부 집안에서도

맛볼 수 있었다. 궁중 행사가 끝나면 양반가로 음식을 내려 보냈기 때문이다. 반가에서도

궁중음식을 본떠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똑같을 수는 없었다.

 

 

왕조의 몰락은 궁중음식의 비법을 궁궐 밖으로 흘러나오게 했다. 구한말 궁중에서 각종

비기를 몸에 익혔던 궁중 사람들이 궁중 밖으로 나오게 됐는데 한희순 상궁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는 순종비 윤씨를 모시던 사람으로 궁중음식을 정통으로 배웠다.

 

1944년 숙명여전 가사과 교수로 있던 황혜성 선생은 창덕궁 낙선재에 있던 한희순 상궁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였다.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한 상궁은 꾸준히 정성으로

대하는 황 교수에게 궁중음식 비법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마른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 궁중음식 요리법을 배웠던 황 교수는 윤 상궁의 구술을

바탕으로 ‘이조 궁중요리 통고’를 편찬했고 궁중음식에 대한 요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를 모아 나갔다. 마침내 1971년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하고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한편 외부에 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황혜성 원장의 자리를 이은 한복려 현 궁중음식연구원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로 궁중음식연구원을 이끌어가면서 학문을 병행하여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바쁜 중에도 틈틈이 글을 써 편찬한 책들이 적지 아니한데 보통

요리책과 격이 다른 요리서 ‘밥’, ‘혼례’ ‘산가요록’ ‘엄마가 딸에게 주는 요리책’ 등이 있다.

 

상주와도 인연이 있어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김귀영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하느라 상주를

몇 차례 다녀갔다. 옛 요리책 필사본에 상주를 암시하는 글귀가 있는 것도 발견하였다고 한다.

 

 

궁중음식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황 원장은 조용히 대답한다. “진상품이 많아 그것을

활용하다 보니 음식을 조화롭게 하고 지체 높으신 상감을 모시다 보니 그분들이 잘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니 궁중음식을 조리하는 상궁들도 일반 가정에서 자녀를 위해

요리하는 어미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황 원장은 상주 감은 탄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많아 곶감을 만들어도 맛이 유별나게

좋다고 하며 음식을 할 때 상주곶감을 이용한다고 한다. (20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