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호박죽

맛깔 2017. 1. 23. 18:30

                                                             호박죽

 

한 때 황금시절이 있었다. 호텔에서 밥 먹고 주로 대표들이 가입된 회원제 호텔 레스토랑으로 손님을 모셨다

손님을 데리고, -모신다는 표현이 더 맞을 법 하다.- 좋은 곳을 골라 다녔다. 맛있는 음식, 좋은 곳을 다 맛보고 가봤다.

 

호텔 한식당에서는 한복 입은 예쁜 종업원이 서빙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송이버섯을 

먹어봤는데 미스코리아 뺨치는 종업원이 송이버섯을 식탁에서 썰어 국에 직접 넣어 주었다. 맛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향이 좋아 감탄한 기억은 있다.

 

호텔 음식은 밋밋하다고 할까? 그때 그렇게 느꼈다. 자극적으로 간을 하지 않아 맵고 짠 맛에 길들여진 혀는

무엇인가 모자라는 맛이야.’라고 외쳤다. 호텔 음식을 먹고 아귀찜 식당을 지나가면서 호텔 음식 가격의 

몇 분의 1이면 맵고 짠 아귀찜 맛을 볼 수 있는데. 입만 쩝쩝 다셨다.

 

여러 번 호텔 음식을 먹다보니 음식 맛을 조금씩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다. 양념 맛이 아니라 음식 재료 고유의 

맛이랄까? 음식 재료가 싱싱하지 않으면 간을 세게 하지요.

 

호박죽 얘기를 하려다 샛길로 갔다. 아내는 호박죽을 좋아한다. 아주 어쩌다 아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호박죽을 

끓일 때가 있다. 조리법? 쉽다. 단호박과 고구마만 있으면 된다. 그 외 팥 등 여러 가지 재료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나에게는 고난이도라 엄두도 못 낸다. 단호박과 고구마 껍질을 벗겨 압력 밥솥에 삶고 믹서기로 갈아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면 된다. 말이야 쉽지 단호박 껍질을 깎는 것이 쉬운 줄 아나?

 

아내 입맛은 여왕 급이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예쁘면 입맛은 대충이어도 될 텐데. 몇 개월 전 먹었던 짜장면 

맛도 기억할 정도다. 토리식품 호박죽을 만날 줄이야. 조심스럽게 뚜껑을 뜯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대령하였다

아내의 첫 숟가락은 항상 긴장을 준다. 입맛을 다시더니 한 마디 던진다. “괜찮네.” “정말?” 하하하 아내의 

괜찮다는 최상급은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뜻이다. “정말?” 또 묻는다. “달지 않고 간이 세지 않아 

밋밋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설탕을 타면 될 터이고 이대로 먹어도 입맛에 배면 좋은 맛이야.”

 

여왕마마 황공하옵나이다. 앞으로 자주 대령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