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북의 명인 명장, 카리스마 넘치는 상주옹기 정대희 님 (5-4)

맛깔 2011. 6. 21. 08:08

 

사진 : 강석환, 글 : 하춘도

월간중앙 2011년 7월호

“우리 민족 음식의 장점이 무엇이지요?”라는 정대희 후보자의 질문에 독자 이영옥 님이 답한다.“발효식품이 많다는 것이지요.”

“발효식품을 말해 줄 수 있나요?”라고 하니 “고추장, 된장, 김치 등등”이라고 초롱 초롱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러면 발효식품은 어떻게 만들지요?”“옹기에 담아 발효시켜야 됩니다.”라고 주부 독자들이 말한다. 정대희 씨는 무형문화재인 부친 정학봉 옹과 함께 오래도록 옹기를 만들어 와 피부에 와 닿게 말을 한다.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옹기는 단지 숨을 쉰다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릇에 담지 않고 뚜껑 없는 그릇에 담아 놓아도 공기가 통합니다.” 그가 숨 한 번 고르니 독자들의 눈망울이 동그랗다.

“옹기는 양의 기운을 가진 따뜻한 그릇이기 때문에 발효를 할 수 있지요. 우리 조상들은 열이 있어야 발효가 되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만약 열이 없어도 발효가 된다면 왕실과 높은 양반들은 도자기에 된장과 김치를 담았을 것입니다.” 딴을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들에게 후보자는 말을 구수하게 이어간다. “도자기는 음의 그릇이라 열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벌써 몇 천 년 전부터 오늘날 고어텍스의 원리를 여러 곳에 이용했던 것입니다. 숨 쉬는 그릇 옹기와 숨 쉬는 집 흙집이 그것이지요.”

 

 

“그릇에도 음양이 있으니 옹기는 붉어 양의 기운을 가졌고 도자기는 희니 음의 기운입니다. 물레 돌리는 방향도 오른쪽과 왼쪽으로 다르고 그릇을 빚을 때도 위에서 빚거나 아래로부터 빚으니 옹기와 도자기는 남녀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도자기는 문화고 옹기는 생명입니다.” 옹기 빚는 사람에게 철학이 있구나.

 

“옹기가 발효 식품을 담듯이 옹기도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야 좋은 그릇이 됩니다.” 아니 발효하는 그릇이라니? “한 3개월 동안 천천히 건조하고 숙성과정을 거쳐야 됩니다. 그리고 7박 8일 동안 불을 때야 되는데 화력을 높였다가 낮췄다 하는 담금질로 그릇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불 때는 동안 불기운을 잘 살펴야 합니다. 불기운은 한동안 뒤쪽으로 잘 빨려 들어가다가 화기가 가득차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불기운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불꽃을 보면 그 온도를 아는 경지에 도달했는가?

 

 

“하하 그럴 리가 없지요. 유사 이래 한 번도 동일한 조건에서 불을 땐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불꽃이 단 한 차례도 같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옆에 있던 무형문화재이자 후보자의 부친인 정학봉 옹이 빙그레 웃고 있다. 정 옹은 나이 86세니 70여 년 넘게 흙을 빚어왔다. 저 웃음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옹기는 낮은 온도에서 굽고 도자기는 높은 온도에서 굽는다고들 하죠?” 이쪽에 조예가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 “신라 토기를 살짝 때려 보세요. ‘쨍’하고 아주 맑은 쇳소리가 납니다. 높은 온도에서 구웠다는 증거입니다.”단단한 옹기라!

“애초에는 토기에 잿물을 바르지 않았는데 불을 때는 도중에 재가 날려 토기에 묻었습니다. 그 오묘한 멋에 반해 토기에 잿물을 바르고 구웠는데 잿물 바른 토기를 옹기라고 합니다.”

 

 

“아 화목의 종류가 궁금하다고요? 당연히 소나무지요. 소나무는 옹기를 굽는데 가장 좋은 화력을 내는데다가 소나무로 구워야만 다섯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싹에서 초록색, 나무 속이라 흰색, 표피는 갈색, 송진에서 흑색, 잎이 마르면 황금색이 나옵니다. 옹기를 잘 살펴보세요. 그 다섯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아하 이래서 우리 것은 남다르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상주가 이번에 슬로시티로 지정받았습니다. 상주옹기는 발효 식품을 담는데 적합한 그릇이므로 슬로시티의 대표적인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슬로시티는 느리지만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상주옹기는 조상들의 제작 방식 그대로 옹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그릇은 여러분들에 행복과 건강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한 일을 하도록 노력하십시오. 행복한 삶에 온화한 기운이 깃들고 온화함에 복이 찾아옵니다.”

 

 

모든 사물에는 도(道가) 있다드니 인생 도처에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