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북의 명인 명장 (5-5) 대장금, 김영희 원장

맛깔 2011. 6. 23. 23:39

 

전통음식기능보유자, ‘전통음식연구소’ 김영희 원장

  

사진 : 강석환, 글 : 하춘도

월간중앙 2011년 7월호

 

“스물 한 살때 진주 강씨 박사공파 26대 손 강기중 님을 남편으로 맞았습니다. 집안의 셋째 며느리입니다. 친정 아버지는 인삼농사를 대규모로 짓는 부농이었습니다. 게다가 향교의 전교를 하셔서 많은 손님을 치렀습니다. 인삼 수확기에는 마당에 100 여 명의 일꾼들이 득실거렸습니다. 집이 아주 컸었지요. 손님과 일꾼 때문에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 덕에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인근에 짜한 정도로 잘 알려졌습니다. 솜씨는 내림이지요. 그래서 저도 음식을 곧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시댁은 종가집이어서 손님맞이(접빈객)를 지극 정성으로 하시더군요. 계절별로 송기떡, 술떡, 장떡, 편육 , 안동식혜, 강정을 항상 준비해야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도 많은 손님을 맞이하셔서인지 음식 솜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시어머니 덕에 또 귀한 음식들을 알게 됐습니다.”


 

“음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더군요. 마침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 윤숙자 교수)가 문을 연지 3개월 만에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998년 6월이었습니다. 지금도 연구원으로 있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게 됐습니다.”


 

“참 신기하더군요. 보통 집에서 먹던 음식이 옛 문헌에 나와 있는 보니까 말이죠. 명절 뒤에 이것저것 섞어 찌개를 끓여 먹던 음식이 있는데 사투리로 ‘거지탕’이라고 불렀습니다. 문헌에는 지진 떡, 부친 전, 나물, 꿩고기 등을 넣고 끓인‘삼화탕’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음식이 많더군요.”

 

 

“‘석감주’라고 들어 보셨는지요?”식혜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주려면 가마솥으로 해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많은 양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 큰 독 안에 엿기름과 찹쌀로 찐 고두밥을 넣어 왕겨를 덮고 불을 붙입니다. 만 이틀을 그렇게 하면 맛있는 식혜 한 가득 나옵니다. 어렵게 살던 시절, 맛있게 먹던 사람들의 정경이 눈에 선합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여러 가지를 했지요. ‘음식디미방’, ‘요록’, ‘수훈잡방’ 등에 나오는 음식의 양념을 표준화시킨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책에는 간장 한 종자, 소금 한 웅큼, 참기름 한 사발 등으로 표시됐는데요, 여러 음식 중 일부를 가려 뽑아 요즘 시대에 맞게 표준화시켰습니다.”


 

“작년에 경북의 전통음식기능보유자로 선정됐고 2010년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한국문화를 빛낸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윤숙자 교수님이 잘 가르쳐 주신 덕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잘 하는 음식을 얘기하라고요? 아무래도 손에 익은 음식은 인삼으로 만든 것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인삼정과는 김영희가 잘 한다는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삼을 많이 접했고 또 친정어머니의 맵싸한 손맛을 배워 그럴 것입니다. ‘구증구포’로 인삼정과를 만들어야 색감과 식감이 좋고 보존기한도 오래 갑니다.”


 

“2009년 SBS에서 방송한 ‘위대한 유산’ 의 ‘양반의 맛’ 편에 제가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EBS에서 ‘천년의 밥상’을 방송하기 위해 제가 또 출연하였습니다. 음식 이야기를 하면 왜 그렇게 신이 날까요. 음식 얘기를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앞으로의 꿈이라면 풍부한 영주의 음식 자원을 이용하여 영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참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신다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이란 머리에 여운이 남는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