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와 별의 고장, 영월 (3)

맛깔 2011. 6. 26. 12:39

 

 

조선민화박물관

 

“영월에는 국내 최초의 조선민화박물관이 있사옵니다. 물고기와 게 그림(어해도), 꽃과 새 그림(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그림 등 소박한 서민적 정서가 담긴 조선시대 민화 3,000여 점이 있사온대 이 중 180 여점의 조선민화와 100여 점의 현대 민화을 상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층에는 회춘용 춘화방이 있어 그 방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은 얼굴을 붉그레 물들어 나온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민화는 도화서 화원들의 그림보다야 못 할 터이지. 신윤복, 김홍도, 김득신 등의 그림이야 섬세하고 세련된 맛이 있지. 그렇지만 서민들의 생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라 피부로 느끼는 감각이 남다르겠지. 민화가 왜 중요하오?

 

 

“민화에는 우리 풍속과 생각이 다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교훈을 주거나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자 할 때 글이나 글씨를 걸어 놓습니다. 글씨로 표현하려면 너무 길거나 복잡할 수도 있으니 그림을 걸어놓으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삼강행실도를 보면 알 수 있는 바요.

 

 

“여기 어해도가 보이십니까? 어해도에는 물고기와 게 그리고 새우가 조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으니 다산을 의미하고 게는 옆걸음으로 가니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등 굽은 바다 새우는 해로를 뜻하며 새우와 조개는 화합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화합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며 자식을 많이 낳고 해로하라고 부부 방에 어해도를 걸어 두었지요.

 

 

그래요 여기 다른 그림도 소개해 주구려.

 

“여기 그림에서 내려온 신선들이 보이십니까? 이 신선들은 불로불사의 신선들로 불로초를 찾고 있습니다. 여기 앞에 있는 것이 영지버섯인데 이것이 불로초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선인들도 영지버섯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 그림은 주로 정초에 노인들이 장수하라고 선물로 드렸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진 작호도입니다. 새해를 뜻하는 소나무에 깃들인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와 주고 액운을 쫓는 벽사의 호랑이 눈이 정다워 보입니다. 새와 꽃을 그린 화조도가 있군요. 화조는 항상 짝으로 그려져 있어 부부를 의미하고 움직이는 새는 양이니 남자요 움직이지 않는 꽃은 음으로 여자를 뜻하니 신혼부부 방에 있던 그림으로. 부부 화합하고 잘 살라는 의미에서 주었던 그림입니다.

 

 

말에서도 우리 민족 언어의 시원을 발견할 수 있으니 ‘봉 잡았다’와 ‘말짱 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봉은 수컷 최고의 새고 황은 암컷 최고의 새로 둘을 합쳐 봉황이라고 하지요. 옛날에는 부계 사회였던지 ‘봉 잡았다’를 좋은 의미로 ‘말짱 황이다’를 안 좋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민화와 언어를 연구하면 우리 민족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요.“

 

조선민화박물관 (www.minhwa.co.kr)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432-10

전화 033-375-6100

 

 

사진 : 강석환, 글 : 하춘도

월간중앙 201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