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절살이(템블스테이)의 요람, 김천 직지사 (1)

맛깔 2011. 6. 29. 09:54

 

길 떠나는 나그네는 마음이 설렌다. 짐승 찾아 떠나던 원시부족 사냥꾼의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된 까닭이리라. 그 옛날 사냥꾼들이 가족을 건사할 짐승을 잡고 만족감을 느끼듯 현대의 나그네는 생존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그 무엇을 여행에서 찾아 행복감을 얻으려고 한다. 

 

 

이름이 그냥 지어 졌을 리 없다. 아이의 이름에는 부모의 바람이 담겨있고 사물이나 지명에는 그것의 특징이 담겨 있을 터. 금이 솟아나는 샘, 김천(金泉)에는 삼한과 삼국시대에 감로국(甘路國)과 감문국(甘文國) 있었고 이 고장에는 지금도 감천(甘川)이 있다. 지명에 감과 천과 로가 담겼다.

 

 

감로라! 감로수는 불교에서 도리천에 있는 신령스런 액체를 말하는데 한 방울만 마셔도 불사의 몸을 지니며 상당한 도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언어로는 좋은 물을 감로라 부른다. 직지사가 있는 황악산에는 능여천과 법수천의 약수가 감로국의 지명을 부끄럽지 않게 한다. 김천 특산주 과하주는 김천에서 담궈야 그 맛이 나온다고 하는데 물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금릉승람)에 적혀 있다니 물맛을 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지명으로 본 김천은 좋은 물이 솟아나는 고장이며 불교와 관련이 많은 고장이다.

 

 

바다의 동쪽, 해동 그러니까 중국에서 보면 서해의 동쪽에 한반도가 있으며 이 나라에는 숱한 사찰이 있다. 오방색의 하나인 황색은 중앙색으로 중국에서는 천자의 색이기도 했다. 동국제일가람 직지사는 해동의 중심부에 있는 황악산의 으뜸가는 가람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직지사 본사편) 김천 직지사는 그런 자부심이 있는 절이다.

  

 

직지사는 아도화상이 개창하였는데 절 이름 직지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이 김천 직지사 터를 가르키면서 저 곳에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가 있다고 하여 그렇다는 전설도 있다. 또는 고려 때 능여 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손으로 길이를 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 설도 있다.(직지사 본사편) 아무래도 큰 사찰이다 보니 갖가지 설이 신화처럼 전해내려 오는 덕분에 많은 설화가 있는 것이다.  

 

민성스님, 군대 조교와 똑 같았다. 내면의 따스함을 알리?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는 1988년 한국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를 알려주기 위해 만든 문화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다. 일반인들이 산사에서 숙박하면서 새벽 3시부터 밤 9시까지 스님들의 일상사를 겪어보는 것이다. 월간중앙과 김천시청이 주최한 김천 관광을 겸한 템플스테이에 35여명이 참가하였다.

 

입재식

 

사찰에서 입을 옷을 내주었다. 귀한 색인 황색으로 만든 개량한복 모양새였는데 이 옷을 걸치고 고귀한 생각과 행동으로 성불하라는 것일 게다. 밥 먹을 때 “공양 하십시오”라고 하는데 공양은 부처님에게만 드리는 공경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내 안에 불성 있으니 끊임없이 자기를 돌보라는 말’이지 싶다. 이는 곧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는 성경의 말씀에 다름 아니다.

 

 

설법전에서 입재식을 거행하였다. 습의사의 명찰을 단 민성스님이 포교국장이었다. 습의사는 뜻을 몸에 익히는 사람들의 스승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격언을 떠올리면 바른 습관을 가지는 것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 수 있다. 공자님은 바른 습관에 의지해 마음 가는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종심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민성 스님은 군대 조교처럼 인상을 쓰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 온 사람들은 안다. 저 이마의 주름살 뒤로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부처님은 중생의 미혹에 가슴 아파 설법으로 부처님께로 나아가는 바른 법을 알려 주셨다. 이 법에 따라 바른 습관을 익힌, 아니 지금도 익히고 있는 민성 스님 또한 하루 출가자를 보고 애통해할 것 같다. 그 아픔이 저도 모르게 이마의 주름살을 만들고. 

 

 

부처님과 바른 가르침과 스님들에게로 돌아간다는 삼귀의를 거행하였다.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 온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언어는 생각을 담고 생각은 말로 표현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말의 어원에는 종교가 담겨있다. 깨달으면 부처요 미혹하면 중생이란 말을 떠 올리고 미망을 깨쳐서 부처님 전에 다다르길 빌며 삼배를 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시작되는 반야심경을 외웠다. 하루 출가자가 무엇을 알리요 만은 ‘관자재보살’이라는 구절이 눈에 띄고 귀에 울려 마음에 새겨졌다. 산중 출가든 재야수행자든 출가의 목적은 ‘내 안의 불성을 보고 부처가 되자’는 것이다. 직지사 성웅 주지 스님이 환영사를 하셨다. “무릇 생명있는 것은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만나기 어려우니 열심히 수행하자”는 말씀이었다.

 

 

덕천, 지산 스님이 바른 길을 가르쳐 주는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민성 스님의 거친 말이 시작되었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없는 사람은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돌려드리겠습니다. 몸 편하고 마음먹은 대로 하려는 습이 있고 눈에 호사스럽고 입에 맛난 것 얻으려는 분은 이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제 멋대로의 삶을 부처의 삶으로 바꾸자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근검절약에 종교심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고 성경에서 말씀했듯이.

 

고행의 길, 해탈의 길

 

좁은 문이란 가시로 뒤 덮인 길로 인간이 선택하기 어렵지만 욕망을 버리고 따라야 할 길이다. 진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부처님은 세속으로부터 단절하여 욕망을 끊기 위해 출가를 하셨다. 고난의 길, 부처의 길이 잘 나타나 있는 부처 佛(불)은 사람 亻(인), 아니 弗(불)로 인간(亻)이면 추구하는 싶은 부귀영화를 찾지 말고(弗) 부처(佛)가 되는 좁은 문을 택하라고 하는 것이다. 민성 스님은 부처의 길이 험하다는 것을 사람의 말로 표현하니 호기심만 있는 중생들은 싫어할 만하다.

 

글 하춘도 / 월간중앙 201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