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인공위성의 눈을 깎는 사람, 이재협

맛깔 2013. 2. 1. 04:02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재협 님의 인공위성 렌즈 깎기

국내 유일의 대구경, 비구면 렌즈 깎기 30년 장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재협 장인 (2009. 9)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까닭일까? 사람들은 일본인의 장인 정신, 독일인의 마이스터

혼을 얘기하면서 한국인의 끈기가 만들어 낸 달인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수 년 간 TV에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생활의 달인을 보면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

못지않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하늘에 떠 있는 위성은 지구를 샅샅이 살피고 있어 땅 속에서 생활하지 않는 한 이들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군 병력 이동, 잠수함 운항, 원자핵 가동, 고위 인물의 이동 등은

인공위성의 눈에 포착된다. 인공위성의 핵심은 고해상도 위성 카메라용 렌즈다.

이 렌즈의 크기가 크고 가공이 정밀할수록 사물은 더 또렷하게 보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재협 님은 우주광학연구단(단장 : 이윤우 박사)에서 광학가공을 담당하고  

있는데 쉽게 풀이하면 렌즈를 만드는 게 그의 업무이다. 국내 렌즈 제작업체에서 몇 년 렌즈를

깎다가 91년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렌즈를 만들고 있다. 30 여년을 현장에서

렌즈를 깎았으니 이제는 도사급이 되었을 만한데 물어보면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국내에서 대구경 렌즈를 깎는 유일한 사람으로 국보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 사람만 있으니.

 

 

카메라렌즈의 재질은 200종류가 되는데 이 중 열 팽창율이 ‘0’인 제로듀어 재질은

가로세로 1미터 크기가 1억 원이 넘는다. 보통 유리재질의 10배 금액이라고 한다.

이재협 님은 이런 재질로 렌즈를 깎는데 무려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주에서 직경

1미터의 렌즈로 보면 남녀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이재협 님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호순 박사가 개발한 가공, 평가공정자동화기술에 힘입어 직경 1미터의 렌즈를 깎았고

이제는 직경 2미터의 렌즈를 깎는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 렌즈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우주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렌즈 가공 최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다.

 

   

렌즈를 깎을 때 세계 일류가 된다는 마음이 없으면 좋은 렌즈를 얻기가 힘들다고 한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기계로 렌즈를 가공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장인의 손길과

정성으로 렌즈를 깎고 어루만져야 하는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깎고 측정하는 횟수가

수 백 번도 넘는다. 지루하고 고된 과정을 이겨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불면의 밤이 깊을수록, 손이 거칠어질수록, 곁에 오래 있을수록 명품 렌즈를 만들 수 있으니

이미 세계 정상급의 렌즈를 만든 그는 렌즈의 달인이다.

 

이재협 님의 렌즈 만드는 과정과 상주 명품 곶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재질을 선택하여 깎고 연마하고 측정하며 불면과 고뇌의 과정을 거쳐야 명품 렌즈가

나오듯 좋은 감을 골라 껍질을 예술적으로 깎고 낮밤과 기온과 수분과 바람의 세기를

잘 조절해야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맛있는 곶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