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돼지숯불구이로 20년 명성을 날린 상주 ‘남산가든’

맛깔 2013. 4. 24. 21:16

한 때 음식점 이름 뒤에 ‘가든’을 붙이는 것이 유행했었다. 해운대가든, 상주가든, 백설가든 등등. 아마 90년대

중반 쯤 아니었을까? 이 음식점들은 규모와 주차장이 크고 한적한 곳에 있어 많은 손님들이 몰렸다. 우아한

가든파티가 연상돼 그럴까?

 

 

그때 가든 이름을 붙이고 아직까지 영업한다면 살아남은 자의 축복으로 고객들이 인정하는 음식점이다.

가든 음식점에 언제 개업했는지 주인은 안 바뀌었는지 물어보고 연도와 주인이 그대로면 믿어도 된다.

 

 

상주 남산 자락에 있는 남산가든도 그런 음식점 중의 하나다. 개업한 지 20여년 됐는데 개업 당시의 메뉴

돼지숯불구이는 여전히 상주 시민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몇 년 전 추가한 오리숯불구이도 공전의 히트작이다.

 

 

돼지숯불구이는 간장과 고추장 무침 두 가지가 있다. 남산가든에서 내는 우렁이 무침은 술꾼들의 낭만이다.

남산가든이 아직 외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북적거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남산가든이

전국에 알려졌으면 타지 사람들로 인해 상주의 부가 창출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곧 남산가든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것이니 미리 가서 실컷 먹어두자.

 

 

남산가든은 여사장님과 30대 중반의 두 아들이 일을 하는데 이름과는 달리 규모는 작다. 본채 가로질러 드럼통 4개

들어가는 나무 집이 딸려 있고 화초가 자라 운치는 있다. 상주 남산 올라가는 입구에 자리 잡아 남산이라고 지었을 성 싶다.

주인은 개업하면서 돼지숯불구이집을 여러 곳 둘러 봐 좋은 점을 배웠고 아들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식당일을 도우면서

미래 CEO의 자질을 익혔다.

 

 

남산가든의 밑반찬은 상추, 깻잎에 김치, 고추, 마늘, 물김치, 양파, 된장으로 간단하다. 밥 먹을 때는 연탄불에서

오래 끓인 시래기국이 나온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깨끗이 씻어 윤이 반짝반짝 나는 석쇠에 숙성시킨 고기를

넣고 잘 달궈진 숯불에 굽는다. 양념에 사장님의 비결이 숨어 있는데 으레 알려 주지 않을 것 같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숯불은 식당 바깥에 달린 지붕 덮인 화덕에 담겨 있는데 여기에는 한 꺼 번에 석쇠 두 개만 들어간다.

 

 

석쇠를 이리 저리 뒤집어 가며 고기 굽는 것을 보면 참으로 보기 좋다. 집게로 석쇠를 탁탁 쳐 기름을 빼고 숯을

더 넣거나 숯 자리를 옮기는 것이 달인의 수준이다. 한 이 십년 했는데 저 정도는 해야지 라면 할 말이 없지만 투자한

시간이 있어서인지 고기 굽는 것도 예술의 한 분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덕 옆에는 일행이 없어 심심한 사람이 - 구경하는 사람 뻔하다. 호기심 많은 모모 씨다.-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기 굽는 달인이 자리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그래도 예술적인 손놀림과 배화교도

 마냥 붉게 타는 숯불과 고기의 조화를 봐야 글이 나오지 라며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글로 미화하려는 잔꾀가 한 눈에 간파된다.

 

여사장은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고 아들은 부지런히 앞뒤로 다니며 주문받고 고기 굽는다. 모자지간의 척척 맞는

호흡 또한 예술의 경지다. 침 삼키던 모씨가 날라져 온 고기를 입에 넣는다. 그 전에 급하게 소맥으로 입가심해

입이 얼얼하던 차에 따뜻한 숯불고기의 향이 입에 퍼진다. “캬 좋다.”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인생의 재미 중

하나가 식도락이라는데 이 맛을 자랑하지 아니하면 입이 근질근질할 것 같아 전화기를 꺼낸다.

 

 

지인에게 전화하니 마침 남산에 운동갔다가 내려오는 길인데 5분 거리라고 한다. 10분이 넘어 도착했다.

 “에끼 맛있는 고기 안 줄까 뻥을 쳤냐?” 고함을 내지르니 친구 성격도 좋지. “벌써 그렇게 됐냐?”며 고기 한 점

입에 넣고 소맥으로 입가심한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여러 잔 되니 소주병과 맥주병이 쌓이고 친구 여럿이 불려 나온다.

아직 술 덜 취한 사람이 “이번에는 오리 시켜.” 해서 또 주문하니 거덜 난 석쇠가 수북하다. 

 

 

가든 파티 마지막 참석자가 머리에 벚꽃 잎 몇 개를 붙이고 들어온다. “바람 불어 꽃비 날리는 게 애절해 보이지

않는가?”라니 그는 시인의 마음이다. 슬프지 않을텐가? 제 생명 붙어 있는 곳을 떨어져 나오는데. 밤은 깊어가고

친구와의 정담은 쌓이는데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벚꽃 때문일까? 그리워 할 무엇이 있어 그런가?

 가을 밤 낙엽 지는 정취와 봄 밤 꽃잎 떨어지는 정서가 다르지 않다.

 

 

2013년 봄꽃 화창하고 달 밝은 사월 밤 대한민국 경북 상주시 남산가든에서 술 마시다 일어난 생각이다.

 

남산가든에 하나만 부탁하자. 마지막 고기 한 점 없어질 때까지 안 식게 해 주기를. 숯 하나로 열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불기운이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