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와 별의 고장, 영월(1)

맛깔 2011. 6. 10. 11:32

단종임금과 김삿갓의 만남

 

편안히 넘는다고 영월로 칭했건만

올 때도 힘들었고 갈 때도 슬픔이었네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니

슬픔에서 멀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라네.

 

 

 

 

“시를 읊고 계신 마마는 단종임금이 아니시옵니까? 마마 신 김병연 인사드리옵니다.”

그대는 누구신대 짐을 알아본단 말이오?

“저는 삿갓 쓰고 떠 돌아다녀 후세 사람들이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칭하옵나이다. 불충한 신 김삿갓은 마마가 승하하신 영월에서 태어나 삼천리 방방곡곡을 시와 함께 유랑하며 다니다가 이제 영월 김삿갓 면에서 영면하고 있는 줄 아뢰옵니다.”

 

과인을 알아 줘 고맙소만 충신은 불사이군 (忠臣不事二君)이고 열녀는 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라,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 경은 순조와 철종 간 사람이니 두 임금의 사람이 아니오?

“마마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함은 두 왕조를 섬기지 않는다 함이옵니다. 고로 명재상 활희 정승은 태종과 세종대왕 대에 벼슬을 하였듯이 두 왕을 섬기며 벼슬을 한 재상은 많사옵니다.”

 

하하 경을 한번 떠 본 것이니 과히 나무라지 마시오. 그대는 벼슬을 한 번도 하지 않아 경이니 신이니 하기가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대가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였더라면 그런 자리에 수이 올라 갈 수 있었을 것이오. 그러니 짐과 있는 동안이라도 공경대부라 칭하시오. 그리고 부복에서 일어나시오.

 

“마마, 황공하옵니다. 임금과 신하의 반열이 있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나이까?”

그만 일어 나시래두. 이제 과인과 경은 유명을 달리 하였는데 반열을 따진 들 무엇하오? 부귀와 공명은 산자들의 것이지 싶소.

“마마, 신 김삿갓 마마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경의 호는 무엇이라고 하오?

“예, 난고라 하옵는데 외로운 난초 또는 언덕에 핀 난초라는 뜻이옵니다.”

 

이름따라 운명이 따른다고 했는데 경은 운명을 따라 호가 붙었군요. 홀로 다녔으니 외롭기도 했거니와 언덕에 있었으니 그 아니 외로웠겠소. 이제 과인과 함께 생시에 보지 못했던 영월 구경이나 다닙시다.

“예, 제가 모시겠사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나이다.”

 

글 : 하춘도, 사진 : 강석환

월간중앙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