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수라간(2)

맛깔 2020. 11. 5. 09:06

양반가의 고고한 품격이 있는 식당, 수라간(2)

 

맥도날드의 장점이자 단점은 무엇일까? 획일적인 맛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똑 같은 맛이 나도록 조리법과 재료를 통일하였다. 감자튀김의 재료는 무슨 종류의 감자로 가로 세로 몇 센티미터로 잘라 몇 도씨의 오븐에 몇 분을 튀겨 낸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고기를 몇 대 몇 비율로 섞고 양념하여 어떻게 하라는 등 아무리 신참이라도 그 매뉴얼대로 따라 하면 본사에서 원하는 맛이 나오도록 한다. 그러니 세계 여행 중인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이 입맛이 없을 때 맥도날드 매장에 가면 고국에서 먹던 그 맥도날드를 맛볼 수 있다. 과연 좋기만 할까?

우리나라 김치와 막걸리, 독일의 맥주와 이탈리아의 와인은 이름만 같지 맛은 지역마다, 가정마다, 맛이 다 다르다. 한 날 한시에 같은 배추로 김장을 하더라도 옆집과 우리 집 김치 맛은 다르다. 속 재료와 배추가 같더라도 다르지 않을까? 숙성방법이라든가 기온 차 그리고 양념을 섞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이리라. 쉽게 손맛이라고들 하지만. 제빵 학원에서 같은 선생님 밑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교육을 받고 똑 같은 재료와 레시피대로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워도 맛과 형태가 다르듯이 말이다.

 

시의전서 비빔밥의 장점이자 단점은 다양성이다. 같은 재료와 레시피대로 조리해도 식당마다 맛이 다르다. 불 조절, 시간 차, 양념 양 그리고 쉽게 말하는 손맛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같은 재료 다양한 맛, 좋지 아니한가?

 

수라간의 비빔밥 나물에는 숙주와 창포 묵 그리고 떡갈비가 다른 시의전서 식당과 조금 다른 차이를 보인다. 고추장 대신 초장이 나왔다. 반찬으로 쇠고기와 미역국이 나온다. 아니 같은 재료라도 주인에 따라 손맛이 다른데 나물도 조금 색다르니 맛이 다르지 아니할까? 비빔밥을 장식할 수 있는 나물이 좀 많은가? 이게 한국의 맛이다. 조상들의 지혜로운 미각이다.

일행들이 한 마디씩 한다. 묵 얘기도 나오고 떡갈비 맛을 품평하며 국물김치와 잡채 그리고 전을 말한다. 전국 향토문화공모전에서 대상 1, 특별상 2회를 받은 김상호 재야사학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시의전서 필사자 심환진 군수와 비빔밥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은 하수들 일이고 맛만 음미하면 그 다음이고 음식 유래를 덧붙이는 지식의 놀음장이면 고수들의 향연임을 안다.

 

수라간 정원의 꽃나무도 볼만 하거니와 오래된 기와집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며 그를 논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잘 지은 한옥의 기와 처마 선은 예술이라고 하나 나는 심미안을 가지지 않았으니 관심 있는 분의 품평을 바란다.

대들보와 서까래를 보니 원효 대사의 일갈이 떠오른다. 원효 대사의 법력을 시기 질투하던 자칭 고승들의 시비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다가 왕 앞에서 금강삼매경을 강론하고는 백 개의 서까래를 구할 때는 내가 낄 수도 없었는데 대들보 하나가 필요할 때는 나만이 소용되는구나.”

 

수라간이 상주의 다른 시의전서 복원 음식점과 함께 시의전서 대들보 음식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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