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혜원식당(1)

맛깔 2020. 11. 5. 09:22

시의전서 음식점 중 국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혜원식당(1)

 

맛집에는 내력이 있다. 노포 맛집에는 비법의 손맛이 전해 내려왔겠고 연륜이 짧은 식당에서는 남 다른 노력으로 그 맛을 냈을 것이다. 시의전서 식당 7곳 중 유일하게 낭화(장국수)한 상과 깻국국수를 내는 헤원식당은 상주에서 오랫동안 콩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낭화(장국수)는 멸치육수에, 깻국국수는 멸치육수와 양지육수에 들깨가루를 넣었다.

낭화는 한자어로 요즘 사람들 귀에 낯설다. 서울·경기도 지역에서는 팥 칼국수를 면발 모양이 물결치듯 하고 부드러우며 꽃이 핀 듯 하다.’고 물결 낭에 꽃 화자를 써서 낭화라고 하기도 한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혜원식당의 젊은 김준혁 사장이 주방에서 홍두깨로 밀어 만든 낭화(장국수)의 모양이 물결치는 꽃 바로 그 모습이다. 지금은 초창기라 일일이 손으로 밀지만 여름 콩국수처럼 손님이 많아지면 콩국수처럼 제면공장에 레시피를 줘 면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한다.

 

음식 업계는 한우물 파는 장인이 없는 것 같고 한우물 파는 것보다 여러 음식을 다양하게 해봐야 음식 맛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조리명인도 한식, 중식, 양식 등 여러 종의 음식을 거쳐 이제는 한식으로 조리명인으로 지정받았다. 다양한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봐야 퓨전이랄까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 같다. 늘 같은 음식이 지겨워 새로운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닐까?

 

젊은 사장의 어머니는 음식점에서 한 30여 년 동안 요리를 했다. 울산과 상주 등지에 고깃집, 갈치찌개, 아구찜, 대구뽈찜, 육개장, 칼국수 등을 해 오다가 콩국수를 워낙 좋아하는 남편이 여름만 되면 콩국수 집만 찾기에 야무진 음식 솜씨의 아내가 남편을 위해 콩국수를 장만하였다. 남편이 만족하고 초청 받은 지인들이 좋아하면서 하는 말 이왕이면 콩국수를 해 보시지.”

 

이 장면에서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구별하자. 집에서 음식솜씨 좀 있더라도 식당 마케팅과 경영이 부실하면 음식점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맛이 있었지만 홍보와 마케팅 부족으로 첫 해에는 하루에 10그릇 팔기도 바빴다. 두 해가 지나고 세 해가 되자 식당에는 손님이 들이쳤다. 이제는 상주에서 혜원식당하면 콩국수 식당으로 이름이 나 여름에는 이 시골에서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

콩국수는 콩 삶는 게 큰 일이다.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전날 물이 불린 콩을 레시피대로 삶는데 삶는 도중 콩을 자주 맛보면서 제 때 불을 꺼야 한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로 인해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혜원식당의 콩국수 색은 노랗다. 치자를 넣어서 이다. 콩이 하얀데 면마저 하얗다면 시각적으로 구별이 되지 않아 콩국수 좋아하는 아버지가 치자 아이디어를 냈다. 손님들이 좋아한다. 색상도 다른 곳과 차별되고 예뻐서인데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아닌가?

 

여름에 밀고 차는 손님이 있을지라도 콩국수는 여름 음식이어서 젊은 사장은 콩국수 식당의 미래를 걱정하다 마침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시의전서 음식점을 모집하여 국수 전문점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상주시 혜원식당에서 시의전서 음식인 낭화(장국수) 한 상과, 깻국국수를 내게 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맛있는 족보 음식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 말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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