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것 맛난 집

혜원식당(2)

맛깔 2020. 11. 5. 09:23

'아직은 홍두깨로 면을 미는 시의전서 혜원식당(2)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계량화가 아니면 음식을 할 수 없습니다.” 혜원식당 김준혁 사장의 겸손일까? 그래도 혜원식당 손님들은 식당의 낭화(장국수) 한 상과 깻국국수 맛을 칭찬한다.

 

군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식당을 하는 어머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하고 식당일을 도우게 된 김 사장은 당초 식당 서빙을 맡았다. 이 전에 식당 경영을 배우려고 외국 계 레스토랑 체인점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타고난 성실성과 친절에 눈썰미가 어우러져 매니저 직급까지 승진했다.

 

몇 년 전까지 서빙을 하다 음식을 본격적으로 배울 겸 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원래 음식을 하지 않아서 음식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천재를 제외하고는 성실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대신 그는 모든 것을 계량화했다. 콩을 불릴 때 시간과 물량, 삶는 시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약이 양약에 비해 조금 뒤진다고 여기는 분야가 계량화다. 효과가 더 좋더라도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데 한약은 아직도 계량화 중이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어머니의 오랜 손맛과 조언에 힘입어 김 사장의 콩국수는 거의 어머니 손맛 수준을 따라잡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겸손한 표정을 짓는다. 콩국수도 계속 개선 중이다. 그는 노력하는 서툰 주방장이지만 일류 주방장보다 더 좋은 맛을 낸다.

 

그는 면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국수의 맛은 면에 있고 쌀밥의 맛은 쌀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시의전서 낭화와 깻국국수의 면 연구에 시간을 많이 바친다. 콩국수 면과 시의전서의 면은 다르다. 칼국수 면에 전분이 많이 들어 있으면 몇 그릇만 삶아도 면이 걸쭉해진다. 안 그래도 깨 때문에 걸쭉한데 면마저 걸쭉하면 어떡하랴? 그래서 김 사장은 면 재료에 여러 가지를 넣고 빼고 하는 실험을 거쳐 말할 수 없는 재료를 넣어 맑은 면을 끓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음식점의 칼국수 면은 5분 정도 끓이지만 혜원식당의 시의전서 면은 8분 30초를 끓인다.

깔깔하고 매운 맛을 내면서 멸치 육수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후추와 고추씨를 넣는데 이것의 배합 비율도 손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하다. 후추를 적게 넣으면 비린내가 많이 난다고 국물을 싫어하는 손님도 있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멸치 육수 자체를 좋아하니 후추를 넣지 않아도 잘 먹는다.

김 사장은 끊임없이 손님과 대화하면서 최적의 비율을 찾는다. 아마 그에게는 완벽한 맛이 없을 지도 모른다. 세월이 변하듯 사람 입맛과 식성이 변하기 때문에 당대 최적의 입맛을 위해서는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는 김 사장이다.

 

아마 시의전서 낭화(장국수) 한 상과 깻국국수는 곧 상주의 명물이 될 것이다. 훤칠한 키의 미남 사장이 달변으로 말을 잘 하는데다 겸손까지 하고 게다가 끊임없는 음식 연구를 하니 머잖아 혜원식당은 손님으로 버글거릴 것이다.

 

음식이 맛있고 친절한 식당이라는 말을 이렇게 길게 썼다. 낭화(장국수)한 상과 깻국국수를 드셔 보시라.

 

 

'맛난 것 맛난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요테 나물  (0) 2021.10.13
혜원식당(1)  (0) 2020.11.05
주왕산삼계탕(1)  (0) 2020.11.05
심환진 상주군수와 시의전서  (0) 2020.11.05
안압정(1)  (0)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