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김 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의 상주 사벌의 꽃사밭 기억 (3-1)

맛깔 2014. 9. 29. 11:00

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고향, 상주

김 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의 꽃사밭 기억

 

부모님이 계신 곳, 그리고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고향입니다. 2년 전에 선친마저 세상을 떠셨지만 부모님과 고향의 정이 그리워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도 고향에 종종 갑니다.” 김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의 얘기다. 사벌 엄암에서 태어나 사벌초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미국에 유학한 후 대학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고향에 대한 정이 멀어질 수도 있는데 김 총장의 고향 사랑은

유별나다고 한다.

 

 김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

 

어린 시절 죽마고우이자 고향에 남아 백재정미소를 운영하는 김정원 사장의 얘기다. “김 총장은 고향에 자주 내려 옵니다.

몇 년 전에는 성균관대학교 기획조정처장과 부총장이라는 바쁜 보직을 맡으면서도 사벌초등학교 총동창회장으로 일하였습니다.

김 준영이가 동창회장을 하니 친구들이 더 자주 모이고 사벌초등학교 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김 준영이는

소탈하고 꾸밈없고 누구를 막론하고 격의 없이 대하는 친구여서 인기가 많습니다.”

 

내 고향 집 주소는 상주시 사벌면 엄암리 591번지다. 아직도 생가가 그대로 있다. 겨울에 가면 따뜻한 온돌에 등허리를 지지고

여름에는 마루에 앉아 친구들과 막걸리를 한 잔 나누며 벌거벗고 놀던 얘기로 꽃을 피운다. 온돌은 몸을 덥혀주고 마루는 정신을 맑게 해준다.

온돌과 마루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또는 친지들과 앉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 지천으로 널려서 꽃사밭이라고 불리는 앞산으로 인해 시인이 되고, 풍성하게 열리는 배, 감 등의 과일과

누렇게 익는 벼를 바라보는 가을에는 마음이 벌써 풍요로운 부자가 된다. 졸업 후 몇 십 년 만에 처음 만나 얼굴이 어렴풋한 친구도

곧장 니내 돌이로 시작한다. 니내로 반말을 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구수할 수가 없다.

 

요즘 같이 더운 날 방학에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놀다 점심 때 들어오면 어머니께서 등물을 쳐 주셨다. 우물에서 길어 올린 얼음같이

찬 물을 등에 끼얹으며 자식이 지르는 엄살을 행복하게 들어 주셨던 어머니. 어머니는 여름 별미로 찬 국수를 말아 내셨다. 허겁지겁

먹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자애로운 눈길은 지금도 내 눈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20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로

고향에 올 때 마다 이제는 어머니의 손맛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면서 고향집에서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면서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되새겼던 기억이 난다    

 

 

공직과 상주수리조합에 재직하셨던 아버지는 농사를 사랑하셨던 분이었다. 옛 사람답게 말이 없으셨지만 삶의 무게로 인한

책임감을 행동으로 표현하셨다. 이곳저곳을 훠이 훠이 둘러보며 평야지대로 넓게 펼쳐져 있는 상주 들판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눈길은 한편으로는 매서웠고 또 다른 면으로는 여유와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린 내가 선친의 눈길을 그렇게 평할 수 있겠냐만 철들어 선친의 말씀으로 판단하고 이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되짚어 보니

그렇지 않았을까 여기는 것이다. ‘쌀이 우리 밥이면 물은 논의 밥이고 농사의 으뜸이니 항상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벼를 수확할 때 어른의 표정에 뿌듯한 자신감이 넘쳐 보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