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편지 한 장으로 잿빛 삶이 바뀐 청년, 글로벌기업 GE 코리아의 전재환 씨

맛깔 2016. 6. 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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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장으로 잿빛 삶이 바뀐 청년,

글로벌기업 GE 코리아의 전재환 씨

 

한 장의 편지였다. 청년의 오랜 방황을 끝낸 것은. 휴가 나온 청년은 귀대를 앞두고 책갈피를 훑다 아버지가 

쓴 편지 한 장을 보았다. 아내를 천국으로 보내면서 쓴 남편의 다짐이었다. “여보 당신을 먼저 보내는 죄인이지만 

당신이 남겨 둔 아이들은 잘 키우겠소.” 로 시작되는 짧은 글에 청년은 충격을 받았다. 무뚝뚝하고 말없는 경상도 

남자 아버지의 속 깊은 뜻이 가슴을 울렸다. 귀대한 날 취침할 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번쩍이는 섬광에 

청년은 다짐했다. “나는 다시 태어나리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방황했다. ‘낳아 준 엄마가 없는 아이라는 자격지심에 시달렸다

공부는커녕 모든 일에 자신이 없었다사람을 쳐다보기도 힘들었다학교 가면 자고 집에 돌아와 새벽 4시까지 

했다다행이랄까 아버지 (상주시 전부엽 과장)는 안쓰럽게 쳐다만 봤지 한 번도 혼을 내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막내의 방황을 예견하셨던 것일까? 아버지에게 유언으로 "빨리 결혼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폭력을 동반한 꾸중은 상처받은 아이를 크게 엇나가게 했을 것이다철이 든 뒤의 생각이다아들이 크게 잘못할 때 

아버지는 몽둥이로 스스로를 때렸다팔에 핏줄이 터지고 시커멓게 멍이 든 채로 출근할 때도 있었다그때는 이유 없는 

반항으로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겼지만 지금 생각하니 엄청난 사랑이었다자식의 잘못을 당신 탓으로 여기고 스스로 

자책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인가?


아버지 (상주시 전부엽 과장)와 함께


운명이었다중고등학생 때 읽은 책이 단 두 권인데 그 중 하나가 유일한 박사에 대한 것이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유일한 박사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되었다대학입시를 앞 둔 고등학교 3학년정신이 들었다

대학은 가야겠다게임에 미치는 열정으로 몇 달 공부를 해 계명대학교 경영학과에 갔다아버지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셨다.

 

대학에서도 놀면하다 군 입대 후 사람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다우선 내무반에 있는 수 백 권의 책을 다 읽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 건강한 몸을 만들었다힘이 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는 아버지 편지를 떠올렸다그리운 어머니 얼굴과 함께


 

복학 후 성적은 전 과목이 만점에 가까웠다.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은 적어도 12시간 이상이었다. 전 학년을 통해 공부하는 

기간은 짧았지만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공부 시간 양과 비슷할 것으로 자부한다. 교재는 통째로 암기했다. 교수님이 

좋아하셨다. 부족한 지식과 교양을 위해 책, 다큐멘터리, 뉴스를 꼭 봤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할 때 영어를 어려워하는 선후배를 모아 영어를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에 대한 이해심도 깊어져 사람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는 기술을 터득하였다. 그 덕분에 GE코리아에서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세일즈 마케팅 팀에서 자동차 조명을 아시아 각국으로 판매하는데 그때 경험 덕을 많이 본다

내가 담당하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일본, 태국, 대만과 유럽 지역 사람들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다. 인간에 대한 

때문일 것이다. 선은 선으로 통하고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어 진짜 사춘기가 찾아왔다. 자아에 대한 개념 정립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로 번민했다

어두운 시절을 겪어 암울했던 일은 기억에서 제외시켰다. 좋아했던 것, 기뻤던 일만 회상했다. 사랑했던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시장에 가면 좋은 상품보다 난전에서 파는 할머니 물건을 찾던 어머니.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고 

애쓰던 어머니.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습이 떠올랐다. 학생 때 읽어 알게 됐던 유일한 박사가 아른거렸다

그래 나는 이 길을 가야겠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 밝게 만들어 주는 것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서 가능하겠다.”

 

나는 우습게도 연봉을 따지기에 앞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를 찾아 나섰다. 유한킴벌리와 GE 코리아였다

돈이 모이면 서울로 가 자랑스러운 회사 앞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었다. 자극도 되고 행복한 앞날이 보였다.


GE 코리아는 URP라는 프로그램으로 1년에 두 차례 대학생 인턴 50명을 모집해 경험을 쌓게 해준다. GE는 글로벌 5위에 

드는 거대 기업이 아닌가? 서울 대학생도 지원하기 힘든데 지방대 학생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나는 새로 태어난 사람이다. 

꿈이 있고 노력하는 정신이 있는데 두려울 게 있나? 과감히 지원해 합격했다.

 

인턴사원으로 최선을 다했다. “복사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임원의 말씀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밝고 겸손하게 그리고 먼저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소통이다. 조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겠는가

고민을 거듭하다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 한 사람이 보통 하루에 수 백 통 메일을 

받기에 인터넷은 흘려보낼 것 같았고 종이가 정겨울 것 아닌가? 밤을 새워 사원과 회사 소식을 뉴스레터로 발간해 조직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시 김기정 사장께서 자리로 찾아와 격려해 줬을 정도였다.


인턴을 마칠 무렵 사원 모집 공고가 났다. 지금 팀에서 경력 사원을 모집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팀원 전원이 저를 추천했다

입사 면접에서 면접관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반문했다. “GE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데 유럽과 한국 FTA 체결로 

얻은 이익은 어디로 갑니까?” 면접관이 빙긋 웃었다. “당연히 기업으로 돌려줍니다.”

 

직장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할 때 상의할 일이 있었다. 나는 그때 한 아이에 대한 물질 기부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반대하면 어쩌나?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웃었다. 아내도 기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 기념으로 

기부를 추가해 이제 4명에게 기부를 한다.

 

아버지는 홀로 계실 때 스마트 폰을 자주 들여다보신다. 매스컴에 난 제 기사를 스크랩한 것과 가족사진이 저장돼 있다

낙이시다. 말없는 아버지의 정을 느낀다. 아버지에게 드릴 것이 무엇이겠는가? 화목한 가정과 책임을 다하는 직장인 아닌가

그래서 가족 우선주의고 강연 청탁이 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강연을 한다. 이 역시 아버지가 반기실 일 아닌가?

 

아버지가 어쩌다 그러신다. “잘 커줘서 고맙다.” 취업, 결혼, 손자 걱정을 안 시켜줘서도 고맙다고 하신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선배로 연세대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김영인 형의 장모님이 제가 어릴 때 사고 치면 학교에 가서 부모님을 대신해 사과하셨다

영인이 형은 나의 롤 모델이다. 영인 형의 장모님도 저에게 그러셨다. “잘 커줘서 고맙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내 꿈은 CEO.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닌 윤리 경영자(Chief ethnic Officer가 되는 것이다

부모님과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줘 이 사회를 밝고 살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저는 GE 코리아 아시아 Product manager로 일하는 전재환입니다

(정리 : 하춘도)

 

사족


1.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하니 전재환 씨는 부친으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라고 밝고 경쾌하게 말했는데 벤처기업 

같은 분위기였다.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메일에 쓴 점심 식사 인터뷰 후 화장실 사용 여부, 식당에서 편한 길을 가도록 

것을 보니 배려하는 행동이 몸에 뱄다.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아래는 전재환 씨가 만든 뉴스레터. 재미로 시선을 끌어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전재환 씨는 홍보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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